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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헌에서 자고(김뉴)가 시 짓기를 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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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회 작성일07-02-14 17:57 조회1,5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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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시집 제23권

 

금헌에서 자고가 시 짓기를 요구하다[琴軒子固索賦]

 

금헌이 정히 쌍계의 굽이진 곳에 있으니 / 琴軒正在雙溪曲

쌍계는 완연히 거문고의 혀가 되었도다 / 雙溪宛作琴中舌

비올 땐 바람 폭포요 개인 때는 패옥 소리며 / 雨時風瀑晴佩環

더구나 소나무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댐에랴 / 況有松濤吹不輟

주인은 미묘한 귀에 미묘한 지취를 겸했으니 / 主人妙耳兼妙指

심득한 곳에 어찌 부질없이 성음을 연구하랴 / 心會何曾浪硏揣

미묘한 성음 담박한 완상을 스스로 힘써서 / 微音淡弄自亹亹

획연히 세찬 물결의 치 소리로 변전하였네 / 劃然變轉驚流徵

괴애는 소가 움 속에서 우는 것만 들었으니/ 乖崖但聞牛鳴盎

어찌 유유자적하던 희황상인을 알겠는가 / 豈知嘯傲羲皇上

내 여기 찾아와서 취하여 붓을 잡노니 / 剝剝啄啄醉把筆

감히 주인의 재주 자랑한 것을 말하리오 / 敢道主人爲技癢




[주C-001]금헌 : 김뉴(金紐)의 당명이다. 김뉴의 자는 자고(子固)이고, 호는 쌍계재(雙溪齋)인데, 벼슬이 이조 참판(吏曹參判)에 이르렀고, 시(詩)·서(書)·금(琴)에 모두 뛰어나서 삼절(三絶)로 일컬어졌다.

[주D-001]괴애는……들었으니 : 괴애는 김수온(金守溫)의 호인데, 그가 일찍이 금헌기(琴軒記)를 지었는바, 그 내용은 바로 김뉴(金紐)가 타는 거문고의 궁성(宮聲) 두어 곡조를 듣고서 성음(聲音)의 절묘함을 찬미한 것이다. 그리고 소가 움 속에서 운다는 것은 곧 《관자(管子)》 지원(地員)에 “궁성(宮聲)을 들어보면 마치 소가 움 속에서 우는 것 같고, 각성(角聲)을 들어보면 마치 꿩이 나무에 올라가 우는 것 같다.”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소식(蘇軾)의 청현사금시(聽賢師琴詩)에 “평생에 궁성과 각성은 알지를 못하고 소가 움 속에서 울고 꿩이 나무에서 우는 소리만 들었네[平生未識宮與角 但聞牛鳴盎中雉登木]” 하였다. 《拭疣集 卷二》 《蘇東坡集 卷十二》

[주D-002]유유자적하던 희황상인 : 진(晉) 나라의 도잠(陶潛)이 북창(北窓) 아래 높이 누워서 희황상인이라 자칭한 데서 온 말인데, 도잠은 본디 음률(音律)을 몰랐으므로, 줄 없는 거문고[無絃琴] 하나를 두고서 매양 친구들과 모여 술이 거나할 때면 이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말하기를 “거문고의 운취만 알면 되었지, 어찌 줄의 소리를 수고롭히랴.[但識琴中趣 何勞絃上聲]” 하였다. 《晉書 卷九十四》

[주D-003]주인의 재주 자랑한 것 : 주인은 곧 금헌(琴軒)의 주인인 김뉴를 가리키는데, 김수온의 금헌기(琴軒記)에 의하면, 김뉴가 김수온에게 말하기를 “오늘 소자(小子)가 선생(先生)을 위하여 한 가지 재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하고 거문고를 탔다는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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