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남기고 떠나간 수필문학의 거인 피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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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작성일07-05-27 10:57 조회1,800회 댓글1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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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수필 '오월(五月)'에서-
내게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면 계절이 바뀌는 것이요, 희망이 있다면 봄을 다시 보는 것이다. 내게 효과가 있는 다만 하나의 강장제는 따스한 햇볕이요, '토닉'이 되는 것은 흙냄새다. 이제는 얼었던 혈관이 풀리고 흐린 피가 진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젊은'이 초록빛 '숫 케이스'를 마차에 싣고 넓어보이는 길로 다시 올 것만 같다.
-"조춘" 중에서-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숲 속으로 난 고요한 길이다."....
수필문학의 거인 거문고소년 금아선생께서 별세하셨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예전에 읽었던 선생님의 수필집 ‘인연’을 다시 펴 들었습니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수필 ‘인연’에서-
작가 조정래씨는 "허풍 만연한 사회의 사표였던 분"이라고 표현했고,
소설가 최인호씨는 "전생의 업도 없고 이승의 인연도 없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하늘나라의 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닮았다는 것이겠지요. 선생님 명복을 빕니다.
댓글목록
김상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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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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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보탬이 없었고 더함도 없이 순수한 소년처럼 사계를 노래했고 나이드는 즐거움을 만끽하신 만큼 천계에서 편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