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게시판

30년 만에 다시 본 허균(許筠) 묘소

페이지 정보

김윤식 작성일07-09-01 07:42 조회2,010회 댓글0건

본문

 

30년 만에 다시 본 허균(許筠) 묘소

heogun015.jpg

온 세상이 아름답게만 느껴졌던 스무 살 시절에 처음 그곳에 갔었다, 털털거리는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기억에는 너른 벌판 끝 양지바른 동산에 교산(蛟山) 선생의 묘소가 있었다. 묘소 옆에는 난설헌 할머니의 아담한 시비(詩碑)도 서 있었고, 라면을 끓여 먹었던 자그마한 잔디밭이 아직도 생생하다.

강산이 3번이나 바뀐 30년 만에 다시 찾아가려니 도통 길을 모르겠다. 버스길도, 길가의 담장 낮은 집들도, 마을 입구의 척화비(斥和碑)도 모두 눈에 띄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들어갔더니 낯설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 잘못 들어왔다. 동네 할머니에게도 묻고, 중년의 농부에게도 묻고, 교회에 들어서는 할머니에게 다시 묻고서야 큰길로 되짚어 나왔다.

할머니가 일러준 대로 큰 도로를 타고 조금 더 평택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1시 방향의 <능안/미평리>로 길을 바꿨다. 기억 속의 옛길이건만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벌판을 가로지르는 대로(大路)가 뚫리고, 공장들이 들어서 옛길을 끊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오른쪽에 ‘청정원’ 공장 건물이 있다. 게서 조금 더 내려가 두 번째 굴다리로 들어가 새로 난 큰길을 건넜다. 굴다리 앞에 <수정사>라고 적힌 작은 입간판이 서 있다. 굴다리를 지나자 ‘남강로직스틱스(DKSH)’ 공장건물이다. 농로를 따라 산 쪽으로 조금 달렸더니 농협에서 운영하는 육가공 공장이다. 동네 사람들이 일러주었기에 육가공 공장인 줄 알았지, 간판이나 이정표가 없어서 초행인 사람은 길을 놓치기 쉽겠다.

공장 뒤쪽 붉은벽돌집이 허씨 묘역을 돌보는 이가 사는 곳이다. 그 집 앞에 30년 전 구옥(舊屋)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때 지게 지고 들일 나갔던 중년의 그 사람은 살아 있을까? 인기척을 내고 주인을 찾았더니 내다보지도 않고 “네, 둘러보고 가세요.” 한다.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퍼붓는데, 야속하다.

비 탓에 난설헌 할머니 친필은 탁본을 뜨지 못했다. 30년 전에 뜬 탁본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heogun017.jpgheogun005.jpg

heogun004.jpg
▲ 허난설헌 시비 앞면

heogun006.jpg
▲ 허난설헌 시비 뒷면

heogun001.jpg
▲ 양천허씨 묘역 천봉기념비

heogun002.jpg
▲ 허엽 시도비(노수신 찬.  한호 서)

heogun003.jpg
 
▲ 허엽 신도비 부분글씨

heogun009.jpg
 
▲ 허엽 묘소

heogun008.jpg
▲ 교산 허균 묘소

heogun007.jpg
▲ 허균 묘표(배위 안동김씨는 문온공파 의금부도사공 휘 대섭의 따님)

heogun011.jpg
▲ 허균 묘소

heogun014.jpg
▲ 허성 묘소

heogun013.jpg
 
▲ 허봉 묘소

heogun010.jpg
▲ 좌로부터 허균, 허봉, 허성, 허한, 허구, 허기 묘소.

heogun012.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