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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김시양문집(5)-상소문(병조판서 사직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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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7-11-29 09:33 조회1,3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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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판서를 사직하는 차(箚)-사병판사(辭兵判箚)

    (인조9년. 1631년(51세) 4월)


*출전 : <하담김시양문집>(2001년. 하담문집 발간추진회 간. 218P)


 삼가 신(臣)의 눈이 침침하여 직무를 볼 수 없는 상황은 이미 전후의 차소(箚疏)에서 다 하였사오며, 다만 며칠을 기다려 보면서 다시 병이 회복되는지 살펴보다가 성자(聖慈)께 면직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찍이 뜻하지 않게 또 군사를 주관하라는 명(命)으로 옮겨 주셨습니다. 신(臣)은 참으로 황공하고 마음 졸여 헤아릴 바를 모르겠나이다.

 신(臣)이 은혜를 입고 날마다 침을 맞고 약을 복용한 지가 거의 40일이 됩니다만 조금의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릇 한 손가락이 구부러져 펴지지 않아도 병으로 다친 게 아닌가 하여 진(秦)과 초(楚)의 길도 멀다 않고 펴보려고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의 본정(本情)이라 하겠습니다.

 신(臣)의 두 눈이 저녁의 꽃처럼 사물을 보아도 밝지 않은 것은 한 손가락이 굽혀진 것 보다 더 중요한데, 외람되게 중임을 맡아 문서 결재를 더듬거리며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나랏일에 해를 끼치는 것이 반드시 많을 것입니다.

 신(臣)이 면직을 청하는 것은 다만 눈이 크게 병들어 있어 걱정하지 않도록 몇 달의 여가를 얻어 때 맞춰 조리하며 치료하고 싶은 것이며, 뒷날 목숨을 바칠 때를 기다리고자 함입니다. 신(臣)의 사정이 이렇게 슬픕니다.

 삼가 비옵건대, 천지 부모 같이 신(臣)의 기탄없는 간절함을 아시어 특별히 면직을 허락하여 주시면 공사간에 매우 다행이겠나이다.

 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차(箚)를 살펴 경의 간절함을 잘 알았노라. 이번에 이 임무는 경(卿)이 아니면 안 된다. 비록 질병이 있다 해도 조리하며 직무를 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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