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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시대 열어 해양강국으로 가자 - " 여수엑스포 유치위원장 김재철(동원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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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작성일07-11-29 08:55 조회1,4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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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안시대 열어 해양강국으로 가자" 

◆기고 / 여수엑스포 유치위원장 김재철(동원그룹 회장)◆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가 드디어 확정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두 번 실패는 있을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 500여 일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었고, 외국에 유치사절단이 나간 것도 40차례가 넘는다.

유치 과정에서 난감했던 것은 경쟁국인 모로코가 엑스포를 선진국만 할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회교 국가에서도 한 번 개최하게 해 달라고 감성적으로 호소한 것이었다. "150여 년에 걸쳐 100회 이상 엑스포가 열렸는데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에서만 열렸으니 이제는 아프리카에도 기회를 한 번 달라. 그리고 다음엔 남미에서도 한 번 개최하게 하자"는 감성적 호소는 많은 아프리카 나라와 중남미 나라들을 흔들기에 충분했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경험이 있으니 엑스포도 잘 할 수 있다는 한국의 논리를 무색케 했다.

또 왕국인 모로코는 왕이 직접 왕실외교를 함으로써 아직도 왕국이 있는 나라에서는 우리가 공들여 확보한 표도 왕의 명령으로 모로코 지지로 돌아선 나라도 있었다. 그런 한편 국제박람회기구(BIE)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을 가입시킴으로써 회원국이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98개국이던 BIE 회원국이 140개국으로 불어났다.

이같이 모로코는 아프리카와 회교권이라는 확실한 동맹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어느 한 나라도 적극적 지지를 표방한 나라가 없는 상태에서 경쟁하자니 힘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꾸준히 우리나라의 국제행사 개최 역량과 `살아 있는 바다와 숨 쉬는 연안`이라는 여수 엑스포 주제를 갖고 세계가 당면한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기후 이변 대책을 논의하자는 주장으로 각국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힘든 싸움이었지만 우리가 결국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주제도 좋았지만 국력과 외교력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나라 외교 역량이 대단함을 실감했으며 이러한 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민의 열성과 국민의 성원을 바탕으로 민관이 합심해 일사불란한 유치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통해 표를 확보하고, 국무총리는 자신도 뛸 뿐만 아니라 전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유치활동을 지원토록 독려하고, 해양수산부와 외교통상부는 직접 득표활동을 함으로써 범정부적으로 유기적이고 효과적인 유치활동을 가능케 했으며 현대 삼성 LG SK GS칼텍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 또한 연고 있는 나라를 직접 설득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번처럼 정부와 재계, 그리고 국회와 언론까지 힘을 한데 모은 것은 근래에 드문 일로서 국가적 큰 행사를 모두가 힘을 모아 준비하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는 결코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수 엑스포를 훌륭하게 성공시켜 새로운 남해안 시대를 열어 지역균형발전의 계기를 만들고 세계와 약속한 해양과 지속적 공존을 위한 인류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할 일이 많다.

전문가들이 추정한 여수 엑스포 생산유발 효과는 10조원, 부가가치 4조원, 고용효과 9만명이란 단기적 효과도 작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도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인류의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여수 엑스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역사는 나라가 해양 지향적일 때 번창했고, 내륙 지향적일 때는 왜소해졌다는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 국토의 지정학적 위치나 생김이 대륙에서 툭 튀어나온 부두 형상이기 때문이다. 여수 엑스포가 우리 국민이 더욱 해양 지향적이고 개방적으로 되어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의 큰 부두 구실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엑스포는 체육 행사와 달리 3개월간에 걸친 장기간 행사이므로 더욱 많은 문물이 교류하고 산업 파급효과도 클 것이다. 엑스포 개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지혜를 모을 뿐만 아니라 외국 사례를 두루 조사해 항구적 시설에 투자해야 한다.

이른 시일 내에 관련법을 제정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등 준비를 서둘러 어렵게 획득한 엑스포 기회가 새로운 남해안 시대를 열어 지역균형발전과 해양대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무쪼록 모든 국민이 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열린 마음으로 힘을 합쳐 여수 엑스포를 성공시키고, 국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 매일경제 & mk.co.kr,]

2007.11.29 07:06:2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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