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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윤동주 시 몇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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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3-01-13 20:31 조회1,5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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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편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1936.12.추정>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

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

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1941.11.5>



















▣ 김태서 -

▣ 김은회 -

▣ 김윤식 - 서시 때문에 가슴 설렜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 김윤만 -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외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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