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晩翠堂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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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3-03-13 18:09 조회1,654회 댓글0건본문
이 [만취당기]는 소설가 김문수씨가1989년 {실천문학, 여룸호}에 발표한 단편입니다.
이 만취당기는 이해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만취당기]는 실제 소재지인 의성의 안동김씨 도평의공파 소유인 [의성 만취당]의 사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이 소설의 내용도 전혀 허구 임을 밝혀두고 그저 제목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재미 삼아 옮겨 적어 연재하니 소설은 소설일뿐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晩翠堂記] -8-
오토바이 두 대가 읍내 쪽에서 기세 좋게 달려오고 있었다. 어찌나 속력을 내는지 마치 오토바이
레이스를 보는 듯했다. 정류장 앞에 이르러 오토바이들은 속력을 줄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조붓한 숲길로 들어섰다. 동촌 마을로 가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있는데 오토바이들은 내 앞에 이르러
멈추어 섰다. 점퍼차림의 두 사내가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그들은 각각 삼십대와 사십대로 보였는데 둘 다 점퍼에 가리다 남은 권총집의 끝을 오른쪽 엉덩이
짬에 붙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아까 등교하던 한 떼의 학생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읍에 도착하자마자 숲 속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 모양이었다. 그들이 나를
이상한 눈길로 관찰했던 것을 알고 있었으나 경찰에 신고까지 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므로
나는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여기서 뭘 하는 거야?”
한발 앞서 내게 다가온 사내가 내게 물었다. 둘 중 젊은 쪽이었다. 대답이 궁해 냉큼 입을 열지 못하고
있자 그는 한층 더 거칠게 나왔다.
“누가 여기서 불을 피우라고 했어!”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화톳불을 놓은 게 아니므로 나는 또다시 대꾸를 잃고 말았다.
“당신 벙어리야?”
그제서야 나는 아니라는 대답을 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왜 대답이 없어?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나는 화가 났다. 자연 말투도 곱지 않았다.
“당신 신분을 짐작은 하겠는데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반말을 해도 되는거요?”
의외의 반응에 사내는 멈칫 했다. 그러자 나이든 쪽의 사내가 격식을 차려 말했다.
“우린 경찰이오. 이 숲 속에서는 불을 피울 수가 없소. 보호림을 훼손시키면 어떻게 되는 줄이나
아시오?”
“보호림인질 몰랐습니다.
“신분증 좀 봅시다.”
나는 지갑 갈피에서 신분증을 뽑아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고 들여다보다가 문득
표정을 굳혔다. 그의 얼굴을 그렇게 굳힌 것은 내 근무처와 직위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신분증의
사진과 내 얼굴을 한 번 더 견주어보고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몰라뵈었습니다. 본서 정보과 이 경장입니다.”
나는 신분증을 받아 넣으며 잠시 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직도 그의 눈에는 어떤 의혹의 빛이
깔려 있었다. 그 의혹은 아마도 내가 직위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젊기 때문에 생긴 것일 게다.
그는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출동경위를 보고형식으로 내게 말했다. 짐작했던 대로, 학생들의
신고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어떻게 이런 이른 아침에,,.”
이 경장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그 말은 나를 수상쩍어 하는 그의 뜻을 충분하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실은 여기서 밤을 새웠소.”
“여기서요?”
그는 깜짝 놀랐다.
“우선 담배나 한 대씩 피웁시다.”
나는 담배를 꺼내 권했다. 젊은 쪽의 사내에게도 권했다. 그리고는 화톳불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자 이 경장은 엉거주춤 따라 앉으며 젊은 쪽을 향해 지시했다.
“어이, 김 순경. 여기 불 좀 피워야겠어.”
우리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몇 모금 빠는 동안 김 순경은 재빠른 동작으로 땔감을 한아름 안고 와
이 경장의 옆에 쪼그리고 앉더니 다 사윈 화톳불을 살리기 시작했다.
“여간 춥지 않으셨겠습니다.”
“고생 좀 했지요.”
나는 웃고 나서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이곳 동촌마을에 볼일이 있어 서울에서 막차를
타게 됐다는 것과 읍에 도착된 시간 그리고 읍에서 잠자리를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이 숲으로 와
한둔을 하게 됐다는 등의 얘기를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내 말을 듣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각 군 대항 농악경연대회가 저희 읍에서 열리게 되어 잠자리 때문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하지만
군청이나 저희 서에 전화를 하셨더라면 고생을 면하셨을 텐데 그랬습니다.”
“여관주인이 그럽디다. 대통령이 오셨대도 없는 방을 어떻게 하느냐고. 옳은 애기 아닙니까.”
“무슨 여관입니까?”
“그 사람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어쨌든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희들이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그자도 누구 신질 몰라 뵙고 그랬을
겁니다. 행사 때문에 각 군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읍이 발칵 뒤집혔었습니다. 방칸이나 지니고 있는
민가도 그랬고 저희 숙직실도 여관방이 됐습니다. 하도 비좁으니까 유치장에 들어가 편히 좀 잘 수
없느냐는 얘기까지 나왔었습니다만. 그런데 동촌리 어느 댁에 오셨습니까?”
나는 대답에 앞서 동촌 만취당에서 내가 태어났다는 얘기를 한 뒤, 아무 얘기도 없이 출타한 아버지를
찾아왔노라고 말했다.
“실은 부친께서 여기 내려오신 걸로 짐작만 하고 왔는데 어떻게 알아 볼 방법이 없겠습니까?”
내 얘기에 두 사람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눈길을 나누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저만큼 떨어진 곳으로
가 뭔가 한참 동안 의논을 했다. 의논을 끝내고 이 경장은 내게로 왔고 김 순경은 오토바이 옆으로 가
서 있었다. 이 경장이 내게 물었다. 지금 읍내에 있는 모든 식당들이 행사 때문에 몰려온 사람들로
난장판일 테니 농촌 밥이지만 동촌리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그게 좋겠군요. 하지만 동촌에 그럴 만한 곳이 있습니까?”
“식당은 없습니다만 이장한테 부탁을 하겠습니다.”
“민폐를 끼칠 생각은 없어요.”
“민폐는 무슨 민폡니까. 다만 귀한 손님을,,,.”
“그러면 오히려 내가 불편하니까 평소에 차리는 자기네 밥상처럼 차리라고 해주세요. 식대는
섭섭잖게 내겠소. 두 분도 아직 아침을 안 자셨을 테니 우리 같이 먹읍시다. 얘기도 나눌 겸 어떻소?”
“그러잖아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이 경장은 말을 마치고 팔을 올려 김 순경에게 동촌마을을 가리켜 모였다. 그 신호로 김 순경은
부리나케 오토바이를 몰아 숲길을 빠져나갔다.
▣ 김윤만 -
▣ 김정중 -
▣ 김항용 -
▣ 김주회 - 잘 보았습니다.
▣ 김태서 -
▣ 김발용 -
▣ 김윤식 - 귀한 자료 힘들여 올려 주시는데 인사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주말에 찬찬히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만취당기는 이해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만취당기]는 실제 소재지인 의성의 안동김씨 도평의공파 소유인 [의성 만취당]의 사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이 소설의 내용도 전혀 허구 임을 밝혀두고 그저 제목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재미 삼아 옮겨 적어 연재하니 소설은 소설일뿐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晩翠堂記] -8-
오토바이 두 대가 읍내 쪽에서 기세 좋게 달려오고 있었다. 어찌나 속력을 내는지 마치 오토바이
레이스를 보는 듯했다. 정류장 앞에 이르러 오토바이들은 속력을 줄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조붓한 숲길로 들어섰다. 동촌 마을로 가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있는데 오토바이들은 내 앞에 이르러
멈추어 섰다. 점퍼차림의 두 사내가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그들은 각각 삼십대와 사십대로 보였는데 둘 다 점퍼에 가리다 남은 권총집의 끝을 오른쪽 엉덩이
짬에 붙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아까 등교하던 한 떼의 학생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읍에 도착하자마자 숲 속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 모양이었다. 그들이 나를
이상한 눈길로 관찰했던 것을 알고 있었으나 경찰에 신고까지 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므로
나는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여기서 뭘 하는 거야?”
한발 앞서 내게 다가온 사내가 내게 물었다. 둘 중 젊은 쪽이었다. 대답이 궁해 냉큼 입을 열지 못하고
있자 그는 한층 더 거칠게 나왔다.
“누가 여기서 불을 피우라고 했어!”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화톳불을 놓은 게 아니므로 나는 또다시 대꾸를 잃고 말았다.
“당신 벙어리야?”
그제서야 나는 아니라는 대답을 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왜 대답이 없어?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나는 화가 났다. 자연 말투도 곱지 않았다.
“당신 신분을 짐작은 하겠는데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반말을 해도 되는거요?”
의외의 반응에 사내는 멈칫 했다. 그러자 나이든 쪽의 사내가 격식을 차려 말했다.
“우린 경찰이오. 이 숲 속에서는 불을 피울 수가 없소. 보호림을 훼손시키면 어떻게 되는 줄이나
아시오?”
“보호림인질 몰랐습니다.
“신분증 좀 봅시다.”
나는 지갑 갈피에서 신분증을 뽑아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고 들여다보다가 문득
표정을 굳혔다. 그의 얼굴을 그렇게 굳힌 것은 내 근무처와 직위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신분증의
사진과 내 얼굴을 한 번 더 견주어보고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몰라뵈었습니다. 본서 정보과 이 경장입니다.”
나는 신분증을 받아 넣으며 잠시 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직도 그의 눈에는 어떤 의혹의 빛이
깔려 있었다. 그 의혹은 아마도 내가 직위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젊기 때문에 생긴 것일 게다.
그는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출동경위를 보고형식으로 내게 말했다. 짐작했던 대로, 학생들의
신고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어떻게 이런 이른 아침에,,.”
이 경장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그 말은 나를 수상쩍어 하는 그의 뜻을 충분하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실은 여기서 밤을 새웠소.”
“여기서요?”
그는 깜짝 놀랐다.
“우선 담배나 한 대씩 피웁시다.”
나는 담배를 꺼내 권했다. 젊은 쪽의 사내에게도 권했다. 그리고는 화톳불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자 이 경장은 엉거주춤 따라 앉으며 젊은 쪽을 향해 지시했다.
“어이, 김 순경. 여기 불 좀 피워야겠어.”
우리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몇 모금 빠는 동안 김 순경은 재빠른 동작으로 땔감을 한아름 안고 와
이 경장의 옆에 쪼그리고 앉더니 다 사윈 화톳불을 살리기 시작했다.
“여간 춥지 않으셨겠습니다.”
“고생 좀 했지요.”
나는 웃고 나서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이곳 동촌마을에 볼일이 있어 서울에서 막차를
타게 됐다는 것과 읍에 도착된 시간 그리고 읍에서 잠자리를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이 숲으로 와
한둔을 하게 됐다는 등의 얘기를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내 말을 듣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각 군 대항 농악경연대회가 저희 읍에서 열리게 되어 잠자리 때문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하지만
군청이나 저희 서에 전화를 하셨더라면 고생을 면하셨을 텐데 그랬습니다.”
“여관주인이 그럽디다. 대통령이 오셨대도 없는 방을 어떻게 하느냐고. 옳은 애기 아닙니까.”
“무슨 여관입니까?”
“그 사람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어쨌든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희들이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그자도 누구 신질 몰라 뵙고 그랬을
겁니다. 행사 때문에 각 군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읍이 발칵 뒤집혔었습니다. 방칸이나 지니고 있는
민가도 그랬고 저희 숙직실도 여관방이 됐습니다. 하도 비좁으니까 유치장에 들어가 편히 좀 잘 수
없느냐는 얘기까지 나왔었습니다만. 그런데 동촌리 어느 댁에 오셨습니까?”
나는 대답에 앞서 동촌 만취당에서 내가 태어났다는 얘기를 한 뒤, 아무 얘기도 없이 출타한 아버지를
찾아왔노라고 말했다.
“실은 부친께서 여기 내려오신 걸로 짐작만 하고 왔는데 어떻게 알아 볼 방법이 없겠습니까?”
내 얘기에 두 사람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눈길을 나누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저만큼 떨어진 곳으로
가 뭔가 한참 동안 의논을 했다. 의논을 끝내고 이 경장은 내게로 왔고 김 순경은 오토바이 옆으로 가
서 있었다. 이 경장이 내게 물었다. 지금 읍내에 있는 모든 식당들이 행사 때문에 몰려온 사람들로
난장판일 테니 농촌 밥이지만 동촌리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그게 좋겠군요. 하지만 동촌에 그럴 만한 곳이 있습니까?”
“식당은 없습니다만 이장한테 부탁을 하겠습니다.”
“민폐를 끼칠 생각은 없어요.”
“민폐는 무슨 민폡니까. 다만 귀한 손님을,,,.”
“그러면 오히려 내가 불편하니까 평소에 차리는 자기네 밥상처럼 차리라고 해주세요. 식대는
섭섭잖게 내겠소. 두 분도 아직 아침을 안 자셨을 테니 우리 같이 먹읍시다. 얘기도 나눌 겸 어떻소?”
“그러잖아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이 경장은 말을 마치고 팔을 올려 김 순경에게 동촌마을을 가리켜 모였다. 그 신호로 김 순경은
부리나케 오토바이를 몰아 숲길을 빠져나갔다.
▣ 김윤만 -
▣ 김정중 -
▣ 김항용 -
▣ 김주회 - 잘 보았습니다.
▣ 김태서 -
▣ 김발용 -
▣ 김윤식 - 귀한 자료 힘들여 올려 주시는데 인사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주말에 찬찬히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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