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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나 말코나 /金 進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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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작성일03-04-29 15:55 조회1,9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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連作民調詩>

개코나 말코나 /金 進 中

-잊혀져가는 이야기





1. 예지리 이고지고

그 해가 언제드라

열 넷에 난 대구 南室이, 황쇠이까리 손에 쥐애가

꼰들꼰들꼰들, 앞세워 걸랬고.

니 형은 안죽까지 지미 뱃속에 들었을 땐데

밥을 한 숟갈 먹을라 카나, 걸음을 바로 걸을라 카나,

하 운짐달어 지에밀 고마 쇠질매 우에 태워 실었다,

갸는 보국대 잡해가고 없고, 니 소실뿐이라.



어야노, 군속한 살림에 뭐 있었나,

너 큰아배 지게에다 밥 끼려 먹을 동솥단지며, 상방에 있는 버들상자랑

말 갓쯤 남은 쌀말 매살러 지고 갈 수밖에.



남들도 예지리 이고지고, 간얼란 업고, 큰안 걸래매 피난가는데

각골장터서 본 듯한 얼굴, 아무리 봐도 당최 몰 사람들, 퍽석 희졌디라, 온 개천 바닥에.

그라다 고놈의 쌕쌕이 비행기가 개꽁지에 불붙은 냥 머리우를 재빠르게 지나가면

해나 싶어 논둑이고 밭둑이고 가릴 새가 어데 있노,

그대로 납작 엎드려 숨었제.



그카매 저카매 거 모두 두 머리로 갔다 왔는데, 한 머린 저개 청도꺼중 갔제.

우리는 영천옆에 뭐라 카드라 갑팃재 밑에 진량이라다 하양이라다 카는데까지 갔다 안왔나,

에고 무시라, 길이 얼매고, 생각만 해도 곧 몸서리친다.



빈집에 달포만에 돌아와 보이 기맥히게 폈대, 화단가 노랑꽃.

매미들이 울대, 텅빈 마을이사.

매에롱 씨이롱, 맴맴맴 거리매.



2. 범한테 물래가도

그때가 때마침 모심기 철이라 난리가 난 줄은 알았지만

놉도 하고 품앗이도 해가면서 길갓논에 모를 심는데

도의원 지낸 풍산할배가 자전찰 타고 휙 지나다 말고,

시방쯤 인민군이 안동까지 들이닥쳤단 소문이 도니, 천상 피난갈 밖에 없다고 깝치시는 게라.

어여 서둘라고, 오늘밤 안으로.

어야노 할 수 없제, 사람은 그저 남 열리대로 살아가야제 암.

그래가 그 바람에 모내기고 뭐고도 없이 중둥무이로 치웠부렀는데.



그래도 그단새도 쪄논 모를 논바닥에 풀어삐리고 피난 갔다온 사람네 논엔 벌모뿌리가 군데군데로 살아내렸는데,

화급한 맘에 고만, 올망채 갖고 단묶은 채로 무논에 던진 사람네 논은 갔다와 보이 고마 발갛게 말라 죽은 기라.



범한테 물래가도 정신만 바로 채리면 산다고.

그른 게 없드라, 옛말이 하낫도.



그 해사 나락농산 농사고말고 할 것도 없제,

집집매중 다 봉답 논배미 끌조 심어가

사람매중 다 입에 풀칠만 근근히 했제 뭐.



3. 검둥돼지 지혼자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굶게 쥑일 순 없는 일 아이가.

그래가 울집도 남겨놀 집짐승이 걱정돼가

큰황쇠야 재산이라 당연하게 몰고가도

남은 닭이 장닭 시 마리, 암탉이 모두 일곱 마리에 봄에 품캈던 중삐야리가 열 한마린데

돼지가 문제라, 닭도 닭이지만.



참말로 좋디라, 검둥돼지 두 배짼가 새끼밴 거,

별 수 없어 돼지 우리, 문을 들써 열어 놓고 갔다와 보이

감자 심어논 앞터밭이고, 돌개 심어논 정랑뫁이고, 뒤안 수챗가 토란밭이고 할 것도 없이 매란없지 뭐

2백 근 실한 돼지 지혼자 파뒤배 먹고, 살아있다간 우리를 보고 꿀꿀거리매 달겨드는기라.

난 고마 눈물이, 눈물이 났디라.



4. 붙들네 하고 또출네 하고

그렇게 울집 돼진 살았디라만, 다른집에 것 몇마린 고만 잃었부런 게라.

그래가 발달린 짐승이 어데는 못갈로, 먹이 찾아 갱빈가로 나갔다가는 길을 잃었든동, 떠내려갔든동,

첨에사 난도 맹 그른강 했는데,

동네에 얄궂은 소문이 살방살방 돌디만도

알고보이, 남은 사람 몇이서 서로, 저끼리 짜가 붙들래 해를 잡아먹고는 입을 싹 씬 게라.

그래가 냉제 서로 큰쌈이 나고 말견에 둘인 돈 물어주고 사화를 했디라, 싹싹 빌어가매.

그런데 끝까지 뻗대매 돼지값 안물어준 또출네 하곤 두 집안끼리 조면까지 했제.

사람이 인두겁을 덮어쓰고 그게 사람 할 짓이가

무슨 띄살이 질 끼라고 내 참, 기숭코 수악따.



5. 도토라지 도톨도톨

니 고모 순희는 남실이 말이따

그해에 소학굘 마치고 여학굘 못 보낸 바람에 꿀돼지 키워가 또 새끼 낳으마 장에 내다 팔아 갖고

의성읍에 대서보는 너 진외갓집 바로 맞은 짝, 양재 학원에 보내준다고

내캉 약조를 했던 챔이라, 피난 가서도 내내 돼지가 못 믿어워선

-돼지 잘 있는강, 돼지 잘 있는강,

노래를 불렀다, 밤잠 설쳐가매.

그러이 얼매나 반갑겠노, 껌정 고무신 벗겨진 줄도, 모르고 뛰가 고마 돼지를 끌안고 펑펑, 마구 우는 기라.



하기사 지가 그간 돼지한테 듸린 정성이 얼마나 되는데.

꼴 베고 쇠믹이로 갱빈가에 갈 때매중

한 손에는 강아지풀, 또 한 손엔 도토라지 꺾어들곤

―오요간지 오요오요, 우리 황쇠 잘 먹는다

도토라지 도톨도톨, 울집 돼지 잘 먹는다

그카맨시로 늘 거둬 멕였지.



6. 조선없는 외동 아가

니애빈 어앻는 동 니는 모리제,

그때가 암메 스물 둘엔가 나던 핼낀데, 동일 보다가 면에 댕긴 지 얼마 안됐디라.

니애비 장가들 땐 열일곱 살 막 들던 해, 해방되잖전 늦봄이랬디라.

그때사 대동아 전쟁이 한창 때라, 왜눔들이 놋그릇이고 제기고 간에 공출대라고 다 뺏아 갔니라.

나중엔 피마자 기름짤 거 해바라기 씨갑까지 갖다 내라고 해그러 쌌디라.

그 판에 우리도 다 큰아를 그냥 뒀다간 어애 될동 아나.

니애빈 안동의 사범 학교 갈 끼라고 벼라쌌고 있었는데, 징용이든 학병이든 잡해가기 십상이라,

또 니에미 될 사람은 정신댄동 망신댄동 뭐라 카는데, 딱 십상이랬제, 처녀공출되기.

그래가 양가에 바깥어른, 당신들끼리 의성장에서 의논 마쳐가 열 일곱 먹은 저 동갑끼리 혼인 시켰디라.

그라고 얼마 안 돼 두 벌 논 매던 논매기 철에 해방이 된기라.

그뒤로 몇 몇 해를 소식 없다가 딱 오 년만에 첫 얼랄 뱃시 곧 아 애비가 될라고 그랬제.

그카다 난리가 터지이까 구체 없이 안 잡해갔나,

내가 지 우로 얼라 맻이를 핏덩거리로 잃어 부렀는데.

이적지 보리밥 안 믹여 키왔는 조선없는 울 외동 아가 니 애비 아이가.



7. 삼신이든 귀신이든

그란데 잡해간 지 근 달포만에 저개 어데제, 영천이 뵈는 갱빈가에서

너 큰아배는 건너마을로 장 얻으러 갔고, 니 고몬 옆집에 보리방아 찧어주러 따라 갔는데,

지생각하며 저녁때꺼릴 씻고 있다이,

같이 피난간 앞집 눔이가 곽중에 하는 말,

― 에이고 단계띠요, 순희오라배 저기 저 오니더,

그카잖아 그캐.

그래가 이 무신 조화고, 내가 뭘 좀 잘못 들은 게 아인강 싶어가

한갑에 쟈가 지금 뭐락카노 누가 온다꼬, 카매 되묻는데.

온낯에 구리쉐밀 시커멓게 지룬 애비가 몸도 패란 게 어매야 카매 딜따 뛰오이,

그캐 말이다, 죽었던 아가 살아온 듯이 말하마 뭐 하노, 반갑고 반간 건.

내사마 삼신이 됐든동 구신이 됐든동 칠성님네, 성주님네, 조상님이고, 부처님이고, 내 관계없이

이말무지로 고맙습니다요, 고맙습니다요, 빌고 빌었디라.



8. 똥 누러 간다꼬

그래 니 어얘 왔노 물어보이까 갸 말이 글쎄 밤에 가마이 토껴왔다 카데,

기막힐 일이제, 그 무서운 데서.

그날 밤 홑이불 쳐논안에 다섯 식구가 모로 누워가 갸 이야기를 듣다 보이까 날이 붐한기라.



첨에는 붙들래 가가주 밥도 하고, 짐도 지앴고, 일을 시켰는데,

그담엔 천날만날 그 무거운 탄약 상자만 메라 카드란다.

그날도 어깨에 탄약상잘 우우 메고 산대백까지 올라가는데,

몸도 약하고, 농삿일 한 번 안해본 것이 죽을 고생이제.

그래도 지대로는 포시랍던 게 더윈 좀 타나, 참말 생똥을 쌀 노릇이제 안그렇겠나,

그래 가마이 남 안볼 쩍에 탄약 상자를 개바닥에다 쳐박았불고는,

똥누러 간다카매 내빼 가지고 그길로 직방 집으로 가다, 누가 이리로 피난가더란 소문을 듣곤 뒤따라 온기라.

밥얻어 머가매, 한데잠 자가매.



그래가 입달랜 모두가 우리 보고 단계댁넨 시어른 묘가 잘 씌앴다고, 잘 쐬앴다고 불버가 그카대, 묘 잘 씌앴다고.



9.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나중에 들어보이 청도까지 간사람들은 대구 쪽에서 국방군들이 6빠리 몰고, 와가주고는 붙잡아가가 전장에 내몰고.

이쪽에 우리 간 덴 영천에서 나와가주 한밤중에 자는 사람 붙잡아다, 맹 보국대로 데루 갔던 게라.

난리가 무서워서 미리 피난간 사람네들은 국방군 돼가 많이 죽었고

냉제 피난간 우리 쪽에선 보국대로 잡해, 많이 죽었으이.

이라나 저라나 슬픈 각시 오나가나 죽긴 매일반 한가지였디라.

애비도 맨첨에사 권대목네 사랑에서 젯날이라고 모여있다가 밤에 잡해 갔고.

두 번짼 피난가가 잠자다 고만 붙들래 안갔나.

그래가 어야노, 그 담엔 밤매중 구체없이 그 솔잡은 곳집에 숨어 칠성판 우에 누워 잤던기라, 칠성판에 누워.



10. 방앗간 짊어지고

그런데 질랑인강 거게 사람들, 앗따 바질티라.

피난 온 사람들이 걷보리나 나락같은 양식꺼리를 디딜방아로 좀 찧자 카이 못 쓰게 하디라, 안된다 카맨서, 방깐 닳는다고.

지들은 어데 뭐 그때까진 피난 안가고 살 줄만 알았제.

그라다 얼마 후엔 우리 뒬 따라 피난 나오다, 거기서 서로 딱 만났부렀네.

각중에 어떤 이 한 사람이 썩나서디만 그 방깐 주인 멱살을 잡곤 귓싸대기에 광창이 나도록 훌배 주는 기라.

― 야눔아, 너희집 그 잘난 방앗간 짊어지고 피난 오지 왜 두고 왔노, 카맨서 말이다.

그래도 그 사람 입도 뻥긋 못하디라,

벼룩이도 낯짝이 있제 무슨 염치로 대거리하겠노.



그라고 피난가가 타관사람들 말 걸어보이 마카 부자드만.

전다지 큰기와집 안지키는 이 하낫도 없고, 수십 마지기 부농 아인집

한 집도 없두만.



11. 용 뺄 일 있는강

니애빈 그 뒤로도 두 번이나 더 붙들래 가고갔지만, 갔지만 서두야.

붙들래 갈 때매중 달려갔다가 냉제는 아예 대구에 있는 경찰 학교에 시험 봐가주 치왔부렀잖아, 훈련만 마치곤.

객지엔 절대로 보낼 수 없다고, 너큰아배 그 영이사 누가 감히 거역하겠노,

큰아배말이, 사람 잡아다 가두는 일은 절대 시킬 수 없다 카시매 법아는 놈이 못된 짓 한댄다.

그래가 재차로 다부 또 면소에 드갔는데, 그 나불에 두고두고 면장까징은 못하고 말았제.



내사마 니애빌 그르다 안칸다,

그래도 안죽고 살아남아 어른 뫼시고, 대를 이숫고,

깎은 밤같이 똘방똘방한 내 손자 다섯 낳아 가지고 다 군대에를 보냈으니까,

전부 보태면 거 모두 맻 해고.

니 3년, 니 히 3년, 정중이 3년, 니째 형중인 장죠라 11년.

20년 아이가, 그것만 보태도.

낭제는 울막내이 달중이까지 군댈 보낼 낀데.

못되도 질 대신해 스물 시해나 때운 택이께, 애빈 죄없대이.



개코나 말코나 그 까짓것 면장질이사 못하마 어또, 하마 또 뭐하노.

사람이 사는 게사 별 게 있나,

맹 일해주고 품받는 게지, 거저가 어딨노.

용뺄 일 있는강, 면장함 한다꼬.



12. 그 뿐일 줄 아나

맨첨에 애비하고 한몫 같이 송내다릿골 아리웃동네 할것도 없이

전 면에 모두 열다섯이가 붙들래 안갔나.

그란데 같이 간 또래 중에 지발로 살아 걸어돌아온 사람 중 걔와, 둘 뿐이랬다,

윤의실 사는 남 선생하고 니애비 아이가.

왕기탄 집이제, 그 집도 엉가이.



어얘튼 거 글씨 잘 쓴다던, 진사 할배네 둘째 손잔강 하나 있었디라.

이름이 뭐드라, 아 맞다 태국이라 카던 이도 뺄개이 따라 넘어 갔부렀제.

또 있다, 춘팟댁 양반은 빵모자에 완장차고 피난 안가매 부역했다고

구장질하던 연동 어른이 지서다 고만 찔러바치가 사람이 나와 데루고 안갔나.

그 뒤로 이적지 죽었는동 살았는동 꽁 꿔먹은 소식인데

살았으면 니애비보다 열두 해 맏이라, 나이가 얼매고, 설 쇠면 올해에.



13. 가슴이 벌렁벌렁

큰아밴 또 어떻고

거 하루는 모깃불을 피워놔도 모기 때문에 상방마루에 방장 쳐놓고 잠을 자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께라고 왠 난데없이 불을 갖다가 눈에다 대잖아,

개는 짖어쌌고.

그래가 어찌나 놀랬는지, 펄떡 일어나 정신을 쪼매 채리고 보이 등엔 긴총을 삐뚜룸이 맨 군인인 게라,

마당에 둘이, 축담에 하나, 모두 서인데, 경사를 쓰매 빠른 말씨로 큰아배 보고 나일 묻는 게라.

그래가 속으로 아이고 나이 적다 캤다가는 또 잡해가제 싶어가지고 내가 나서가 둘러댔잖아,

임인생인데 대여섯 살을 붓과가 그캤제.

이 양반 병신생에 쉰다서라, 그카이끼네 머뭇거리다 그냥 가드구만,

후라신동 뭔동, 꼬부래진 불통, 함 더 비촤보곤, 발소릴 내가매, 저벅저벅저벅.

암메도 젊었으면 디루가가 짐 지앨라고 그랳든 갑드라.



난 그만 그나불에 놀랜 것이 그때부터 시방까지 이 가슴이 벌렁벌렁

숨이 답다운, 병이 생긴 기라.

그래가 이적지 남들이 쇠마래가 숨 답다운데 좋다 카길래 육소간에서 구해 먹어도 빌 효과 못본다,

고대 또 허르릉, 허르릉하는 게.



14. 웅텃가에 뺄개이가

웃마에 대궐같은 기와집들 다 불탔는 거, 니도 다 들었제.

첨에사 병신난에 의병했다고 조선 관군과 왜눔 군대가 불질렀다 카대.

그라고 경인년 난리통에 또 한번을 다 태운기라,

그것도 말이, 이번녘에는 적군도 아닌 미군이 말일다.



그해에 미군들이 신작로따라 찔레기 줄져 동네입새로 막 들어오는데.

비안댁 담모퉁이 웅텃가에 숨어있던 뺄개이가 총을 고만 따앙하고 놨부러가

맨앞에서 껀들껀들 걸어가든 키큰 사람이 마부렀는 기라.

말마래, 그라이까 이 동네엔 인민군이 안죽 안가고 남아있구나 싶었던 갑제,

저끼리 서로 뭐라뭐라고 떠들디만도, 큰사단 안냈나.



권총찬 국방군 한 사람 앞세워 예지리 댕기매

집집마다 산사람은 다 나오라고 과물지르곤 왜기름 부매 불싸지르고 해그러쌓는데.

어떤 집 노인네는 홍망천지, 마당에서 엎어지고 자빠지매 장판거릴 해대다가

말견에는 부애끝에 장고지고 말았는 기라, 그 맴이 어뗄로.



어햐튼 그통에 쉐미가 허옇토록 나이 자신 감호할배도 그런 놀이에 집잃었부고, 울사랑으로 피난 오시가 옹색한 데서 3 7 넘도록 계셨제 암메도.



15. 아는 게 뱽인기라

그란데 알고보이 총논 이가 진짜 빨간, 남아있던 인민군이 아니랬고

후에 월북한 유문 임하댁 아랫대라 카데, 임하댁 아랫대.



참말로 난도 맹 봤지만 사람 하난 똑똑하고, 인물 좋고, 언변 좋고, 인사성 밝아 그만이랬디라.

그란데 대구서 학교하다 고만에고마 뺄개이물이 들었부런기라.

사사이 다 뭐꼬,

저아배 저어매 쇠팔고 논팔아 가맨서 공부시켜 놓이끼네 그 좋던 살림 사상 때문에 집구석 말아 먹은 택 아이가.

사람이 다 아는 게 뱽인 게라,

니큰고모랑 중신말 날 때 안하길 잘했지, 잘하고 말고제.

못한 기 아이대, 울집이 기울어, 절대로 아이대.



그사람 난리통엔 무신 동문강 위원장인강 해그러대매 벼슬하는강 싶으디 만도, 배태도 못한 새디 놨두고 갔부는 바람에.

말견에 그집은 한참있다 종질인강 재종질인강 부랑시런 알, 양재 들뢌잖아.

그해가 참 언제고, 큰물지던 해 물에 빠져가 죽고 말았지만.

참말로 말이야 바른 말, 그 일터이 안그렀나

위토 줘가매 양재디렀디, 그 식시받은 제사 맻 상구 지내주는 유세.

유세는 또 얼매나 해대고 했노,

술만 먹으마 양어매한테 행악을 하고 못 살그러했제, 개궂지러 궂어.



16. 달보러 가거든

그라고 또 한번은 얼마 후에, 소문에는 국방군이 들온다고 들었는데

그런 줄 알고 자고 있었디라, 저녁 일찍 먹고.

그런데 각중에 총소리가 콩볶듯이 요란시러워, 놀래 잠이 깼제.

문열고 마당에 나와보이 이야따 참 대단트라,

저뒷 매봉지 산만대이서 저 기왓도막 산우에꺼중 총알이 날아 빨간 불꼬랑지, 파란 불꼬랑지.

거 흡사 날 좋은 날 조선철사로 맨 빨래줄맨키, 눈이 돌래디라.

저 서로 박격폰지 따발총인지 우당탕쿵탕, 따륵따르륵 맻날 매칠을 싸워쌌디만도.



지금도 거 가마는, 그때 내삐린 총알같은 게 남아 있다던데.

니들은 절대로 만지지 말그라,

뉘집 아 하나는 대포껍디 잘 못 만지다, 한 짝 손 고마 잃었부렀잖아.

앞갱빈 예소서 물고길 잡는닥고 그랬든동, 깡인동 뭔동 터줏는닥고 그랬었든동 어애 뚜디리다, 터지는 바람에.



해마다 보름날 매봉지 꼭댁에 달보러 가그덜랑 조심하그라,

조심하고 말고.



17. 만 놈 덜

만놈덜, 송진감탤 펄펄 끓이가 인사배기에 덮어씌울 놈덜.

무다이 난리는 내가주고 남의 농사 피농시키고, 귀한 생목숨 다 잡아가고,

그 좋던 집들 다 불놨부고,

어데 사람이 가만가만이 있으니까네 가마니때기,

지만지만이 있을라카이 지만 사는 세상, 그런 줄 알지만,

택도 아인 소리, 야야 택도 없다.



니봐라, 행길에 가 길을 막고 물어봐라

그 난리끝에 시방 이때껏 남은 게 뭐꼬,

앞집 통시에 맨날 똥푸는 똥쪽배이가, 선대아배가 나무하러 가 산에서 주온 그때 군인들 철모라 카대

울집뒤안에, 감나무밑에 무시구디서 무 꺼내멀 때 찔러 꺼내는 쇠꼬재이가

그때 인민군 창이랬다 카대.

어허허 숭악한, 화적같은 난리.

왜 그리 사람을 지성으로 안놨두고 이쪽 저쪽 못살그러만 해쌌노 야들아.



<1998. 2. 10.>

<2001. 월간문학 6월호>







▣ 김주회 - <월간문학>에 실린 김진중 님의 시! 잘 보았습니다.

▣ 김윤만 - 난리통에 쪽 진 할머니, 등잔불 밑에서 이야기 하시는 모습이 눈에 뵈는 듯합니다.

▣ 김태영 - 잘 읽었습니다.

▣ 김태서 - 잘 읽었습니다.

▣ 김윤식 - 정중 형님, 축하 드립니다. 진중 형님의 작품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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