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관은 망가지고 귀밑머리 쇠잔하여라 / 衣冠凋落鬢摧殘 그 누가 황당의 참찬관임을 믿어줄꼬 / 誰信黃堂參贊官 가기는 입술을 뒤집어 병졸함을 조롱하고 / 歌妓反脣調病拙 아동들은 손뼉을 치며 가난함을 비웃도다 / 衙童拍手笑酸寒 하늘이 기니 돌아가는 들에 바람이 불다 끊기고 / 天長歸埜風吹斷 집이 머니 편지 전함에 글자가 반은 이지러지네 / 家遠傳書字半漫 장기 물가에 한 번 누워 살 마음이 끊어지니 / 一臥瘴濱生意絶 봄이 오매 모자의 둘레가 헐렁해졌구나 / 春來嬴得帽圍寬 저문 날에 고성에 기대어 슬피 노래를 하니 / 薄晩悲歌倚古城 아득한 세월 속에 나그네 마음 놀래어라 / 歲華迢遞客心驚 동남쪽 끓는 바다엔 고래가 아직 노하는데 / 東南海沸鯨猶怒 서북쪽 황량한 하늘엔 기둥이 기울려 하네 / 西北天荒柱欲傾 이 때 남쪽 정벌도 끝나지 않았는데, 서북쪽에 모두 호변(胡變)이 있으므로 언급한 것이다. 누가 신정에 올라 장한 눈물을 흘리려나주D-001 / 誰向新亭垂壯淚 장차 서검을 가지고 깊은 정이나 의탁하리주D-002 / 且將徐劍托深情 상음의 한 곡조에 한이 무궁하여라 / 商音一曲無窮恨 양보음주D-003 이루고 나니 귀밑머리 반쯤 희었네 / 梁甫吟成鬢半明
[주 D-001] 누가 신정에 올라 장한 눈물을 흘리려나 : 시세(時世)를 근심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일찍이 동진(東晉)의 명사(名士)들이 신정(新亭)에 올라가 연음(宴飮)하면서, 쇠잔한 국운(國運)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던 데서 온 말이다. [주 D-002] 장차 서검을 가지고 깊은 정이나 의탁하리 : 춘추 시대 오(吳) 나라 계찰(季札)이 상국(上國)에 사신 가는 길에서 서(徐) 나라에 들렀을 때, 서 나라 임금이 계찰의 보검(賓劍)을 보고 좋아하면서도 차마 말을 못 하였는데, 계찰은 그의 생각을 알기는 했으나 사신을 가는 길이라 보검을 그에게 선사하지 못하고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서 나라에 들르니, 서 나라 임금은 이미 죽었으므로, 그 보검은 그이 묘소의 나무에 걸아 놓아서 일찍이 그에게 선사하고 싶었던 뜻을 편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吳太伯世家》 [주 D-003] 양보음 : 사람이 죽어서 양보산(梁甫山)에 장사 지낼 때에 부르는 만가(挽歌)인데, 제갈량(諸葛亮)이 지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