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황파(荒波)를 넘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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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04-28 18:03 조회1,360회 댓글0건본문
○ 7월 2일 흐림
호주 근처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이 연달아 오고 있어 10일을 계속 천후가 불순하니 악전고투의 나날이다. 황파 중에선 조선(操船)이 자유롭지 못해 스크루 샤후트에 줄을 번번이 감으므로 가끔 물 속에 들어가 줄을 끊어내야 하는데 오늘 투승 후 줄을 끊기 위해 잠수에 능한 U군이 몇 차례고 물 속에 뛰어들었으나 거센 파도로 원체 배의 상하운동이 심하니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자연 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절절히 느꼈다. 해면에 백파가 허옇게 뒤집혀지면 신바람이 나서 물을 차고 날으는 갈매기들이건만 하도 여러 날을 파도가 높으니 그들도 지쳤는지 오늘은 한 마리가 배에 와서 쉬어갔다. 배도 고프리라 싶어 꽁치를 몇 마리 갔다 줘봐도 외면한다. 무척 피로한 모양으로 꾸벅꾸벅 졸고만 있다.
폭풍경보라도 있는가 하여 기상통보에 유의했으나 경보는 없다. 그러나 기압은 계혹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근처에 관측되지 않은 저기압이 있는가 보다..... S씨가 가오리침에 찔려 울며 불며 야단이 났다. 낚시에 걸린 가오리를 죽이지 않고, 낚시를 빼고 살려 보내주려다, 손바닥을 찔렸는데, 한편 어깨를 못쓰고 파랗게 질렸으므로 몹쓸 독이나 들어갔는가 하여 나도 상당히 당황했더니 응급치료를 해두고 얼마를 지나니 울음을 멈추고 약간 낫다고 하였다. 나이 40을 넘었고, 체격은 유달리 큰 사람이 엉엉 울 땐 우습기도 하고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 대개 처음엔 누구나 우리에게 필요없는 고기는 살려 보내주려고 하나 산 고기에 한번씩 봉변을 당하고 나면 그 후부터는 되는 대로 때려 죽인다.
▣ 김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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