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력서/서영훈] <50> 백범 시해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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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06-14 18:36 조회2,007회 댓글0건본문
[나의 이력서/서영훈] <50> 백범 시해 진상규명
이미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백범 김구(金九) 선생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해방 후 조선민족청년단에서 일하고 있을 때 훈련소에 강의하러 오신 선생을 여러 차례 뵌 적이 있다. 백범이 귀국한 초기에 판공실장(비서실장)을 지낸 신현상(申鉉商) 선생이 우리 몇몇 동지를 여러 차례 경교장(京橋莊)으로 데리고 가 선생을 뵙게 한 적도 있었다.
선생은 그 때마다 따뜻한 격려를 해주고 냉면도 같이 드시곤 했다. 1949년6월 26일 선생이 현역 육군 소위 안두희(安斗熙)에게 암살됐다. 나는 그비통한 소식을 듣고 경교장으로 달려갔었다. 많은 군중이 모여 울부짖고 있어 직접 시신을 보지는 못했으나 호곡의 대열 속에서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런 인연으로 나는 1993년부터 95년까지 ‘백범시해진상규명위원회’의회장을 맡아 백범 암살의 배후를 조사하게 됐다. 이 위원회는 4ㆍ19 후에이강훈(李康勳) 선생이 회장이 되어 발족되었으나 곧 군사정권이 들어서서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민주화가 실현되자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기운이 조성되면서 백범 선생을 매우 숭모하던,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측근인 김덕룡(金德龍) 의원이 앞장서서 이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김 의원은 김 대통령과 백범 시해 진상 규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상의한 후 이 운동을 시작한다고했다.
주요 참여인사를 보면 고문에 이강훈선생을 모셨고 내가 회장, 김덕룡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만열(李萬烈) 신용하(愼鏞廈) 등 사학자들, 그후 광복회 회장을 맡게 된 김우전(金祐銓) 윤경빈(尹慶彬) 장 철(張鐵)씨, 이원범(李元範) 삼일운동기념사업회장, 태윤기(太倫基) 변호사,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에서 활동해온 정인명(鄭寅?) 이창근(李昌根) 김석용(金奭鏞) 곽태영(郭泰永)씨, 강신옥(姜信玉) 의원 등이 주요한 활동을했다.
조사 활동은 주로 김 의원과 가깝고 출판사업을 하던 김석용씨가 많이 했다. 그는 병상에 누워있는 안두희를 몇 차례 만나, “이제는 역사의 진실을 밝혀라, 당신도 나라를 위해 한 일이라면 숨길게 뭐냐”고 설득을 했다. 안두희는 그 때 병상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자백을 했고, 김씨는 이를 녹음했다.
후에 국방장관을 한 신성모(申性模)씨까지는 개입됐고, 시해한 그 다음해 4월에 포병사령부 주최로 워커힐에서 사격대회를 할 때 안두희 자신이 일등을 했는데 뜻밖에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직접 시상을 하며 격려를 했다고 했다. 그 후 투옥된 그는 6ㆍ25 때 석방돼 대위까지 승진했다가 제대한 후 군납을 해 돈을 많이 벌었다. 김석용씨가 안두희를 데리고 김구 선생 묘소에 갔더니 울면서 잘못을 회개하고 참배를 했다고 했다.
그 사이에 권중희(權重熙)라는 사람이 안두희를 죽인다고 쫓아다니다 부상을 입혀 인천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을 이강훈, 김석용, 곽태영씨 등과함께 찾아가 위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성모씨 위로는 더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에게 자료를 다 주고 국회에서 확인한 뒤 발표해 달라고 했다. 강신옥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백범시해진상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져 진상을 발표했다. 백범을 시해한 것은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진행한 것이었고, 최고 배후자는 신성모까지 올라간다는 내용이었다.
그 뒤 시해진상규명위원회는 백범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로 바뀌었고 내가 회장, 김덕룡씨가 건립추진위원장을 맡게 되었으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정부가 들어서면서 물러나게 되었다.
역시 백범을 존경하는 김 대통령이 160억원을 정부예산으로 지원해 효창공원에 훌륭한 기념관을 지었다. 안두희는 그 후 뜻밖에 버스 운전을 하던 박기서(朴琦緖)씨라는 사람에게 96년 암살당했다.
백범 시해 사건은 우리 민족사에서 치욕스럽고 한스러운 일이다. 나는 이박사가 지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박사의 지나친 충성 분자들이 해방당시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백범과 초대 대통령 이 박사를 멀리하게 만들었고 암살까지 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일보 06/01 17:10]
▣ 솔내 -
▣ 김윤식 -
▣ 김항용 -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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