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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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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중 작성일04-08-08 18:35 조회1,4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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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시>

열대야(熱帶夜)


김 진 중


깜깜한 한밤중 온동네 개들이 다 모여 짖는다.

어미개, 새끼개, 점백이, 떠돌이 아비개

동냥개 뭣자랑에 낑낑대는 놈, 침흘리는 놈, 드러눕는 놈,

별별 놈들이 개판을 쳐댄다.

내 짧은 여름밤에 잠 못드는 베겟머리꿈,

개오줌발에 눅눅히 젖었다. 꿈마져 젖었다.


땅위의 우리들은 억지선잠을 뒤척이지만

모든 개까지 인간을 따라 잠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어디에도 없다.


내 안에 도사린 야성의 불길을 졸린 듯 감췄다가

별빛 향해 허연 잇빨 으릉거리며 짖어대다가

오로지 그대 앞에만 서면 꼬릴 흔들며 길들여지는, 난


개가 되고 싶다.


-1997. 8. 8.

*7 년 전 오늘도 억수로 더웠었지 - 천하애 ^&^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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