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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속의 도산 안창호(1878-1938)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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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09-14 22:22 조회1,5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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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호 평전 (2004.9, 청포도)

● 도산을 애도하는 글 (백범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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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한 농촌의 동포들은 과분한 공출에 신음하고 있으며, 식량의 부족은 의연히 도처에서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도 설상가상으로 모 기관, 모 단체에서 가지가지의 명목으로 거두는 것들이 많아 향촌과 도시의 빈곤한 동포를 울리고 있습니다.

근로 동포들은 공장에서 종일 노역하지만 호구는 극난한 형편입니다. 학교는 문이 열려 있으나 교수는 부족하고 부담금은 과중하여 순진하고도 정열에 타오르는 청년 학생들의 가슴을 초조하게 하고 있습니다.

발전소는 여러 곳에 있으나 석탄 부족으로 인하여 최대 한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북한의 부족한 공전(供電)만 의뢰하고 있는 까닭에 전등과 동력(動力)은 정돈(停頓)되는 때가 더 많습니다. 지하에 석탄은 상당히 매장되었다 하나 이것을 힘껏 채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장도 적지 않게 있으나 이것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로의 증설은 고사하고 있는 열차도 활용하지 못합니다. 화폐의 정리는 고사하고 지폐는 필요한 대로 찍어내기만 합니다.

모리배는 탐관오리와 결탁하여 경제를 교란하며 가련한 세민(細民)들의 피를 빨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물가는 기하급수로 올라만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도 가장 큰 결함은 과거에 왜적에게 가장 충량(忠良)하던 주구배(走狗輩), 부호배 등 특수 계급의 등용입니다. 그들은 최근 수년간에 벌써 군정에 단단히 뿌리 박혀 가장 견고한 세력을 형성하였습니다. 이제는 군정당국이 그들을 좌우 하기보다 그들이 군정 당국을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만일 군정 당국이 그들에게 단호한 처단을 하고자 하려면 치안까지 고려하지 아니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군정 당국이나 일부 우리 지도자 간에 친일파 민족 반역자의 처단은 한인의 독립정부가 성립된 후에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상, 그들이 어떠한 명목이라도 빌어 통일된 독립정부, 더구나 애국자로 조직된 정부의 수립을 방해할 것은 자연한 논리인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미국의 정책이며, 하지 장군의 진의이겠습니까 마는 이것이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실인데 어찌하겠나이까?

그러므로 미군이 점령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에서는 다 진보와 발전이 있으나 오직 우리 한국에서만 수년 동안에 하등의 향상이 없는 것이 무리는 아닌 것입니다. 우리가 가보지 못하는 북한에도 애로사항이 사람마다 있겠지만, 다수의 동포가 남하하는 것을 보면 남한보다는 더욱 참담하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선생이여, 우리는 미소 공위(美蘇共委)에서 이 모순이 해결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그러나 미소 공위는 도리어 우리에게 신탁을 강요하다가 영용(英勇)한 우리 애국 동포의 분노와 반대로써 실패되었습니다. 이에서 실망한 우리는 UN의 정의의 발동으로써 정당한 해결이 있기를 간망하였습니다. 과연 UN에서는 한국 문제에 대해 관면당황(冠冕堂皇)한 결의안을 통과하고 그 결과로써 임시 위원단을 한국에 파견한 것입니다.

과연 그 위원장 의장 메논 씨는 그 위원단을 대표하여 환영회 석상에서 혹은 방송국에서 우리에게 굳은 언약을 하였습니다. 말하기를 "하나님이 합한 것은 사람이 나눌 수 없다.", "통일이 없으면 독립이 없다.", "이번에 삼팔선은 기어이 철폐하고 통일 정부를 수립하도록 하겠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1개월 후에는 그것을 잊어버린 듯한 행동을 취하였습니다. 북한에 입경(入境)하겠다는 서한 1통을 보낼 뿐 임경 거부가 있은 후에는 하등의 성의있는 노력도 없었습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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