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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공 金方慶 144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07 <십이도(十二徒) 하과(夏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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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09-15 14:56 조회1,4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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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후집 제7권
고율시 古律詩 97수

김 학사(金學士) ★창(?) 에게 병서(竝序)

경자년
나는 들으니, 유문(儒門)의 선현(先賢)들이 십이도(十二徒)주D-001를 만들어 도(徒)마다 재(齋)를 설치하고 그 문도가 많건 적건 간에 늘 여름에 한 차례씩 모여 과업(課業)을 익히며 그 명칭을 하천도회(夏天都會)라 하였다 하는데, 요즈음에는 국가가 다난하기 때문에 이 풍습이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지금 나의 재에서 하과(夏課)를 이루게 되었다 하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다른 재에서는 비록 이와 같이 못한다 하더라도 이는 곧 유풍(儒風)이 다시 일어날 조짐이라, 다른 재도 이 때문에 흥기될 것이니 다시 무엇을 걱정하랴? 이는 모두가 ★상서학사(尙書學士)가 지도하고 이끈 덕택이다. 이 어찌 경사가 아니랴? 삼가 고시(古詩)를 지어 보내노라.

새 서울을 선택한 지 이제 몇 해던가/自卜新京今幾年
우리들의 옛 법도 떨어지는 위기였네/吾徒舊範危墜地
내 죽지 않고 남은 목숨 보전하여/賴予不死餘喘存
학자들 모여들어 하과함을 듣게 됐네/得聞夏課群學子
알겠노라 많고 많은 그 서생들/遙知林林白面生
공자님 영전에 배례하리/夫子影前成拜起
흐르는 시냇물이 끊임없는/有川能似歸法無
기수에 멱감는 관동들을 보는 듯주D-002/想見冠童浴沂水
장마비가 오랫동안 지리하게 내리다가/有如霖雨彌數旬
갠 하늘 햇빛을 보는 것 같고/忽見晴陽出明?
좋은 곡식 싹이 거의 말라죽다가/又如嘉穀垂欲枯
하루아침 비에 젖어 소생하듯/一朝沐雨得生意
생각하니 이 모두 그대의 노력이라/細思此是君之力
감격하고 기쁜 맘에 눈물 흐르네/感古喜今還?淚
내 이미 잇달아 삼사주D-003를 거쳤는데/我今已歷三事聯
그대 또한 다행히 승상에 올랐구려/子亦幸登丞相位
근원을 따진다면 이것이 바로 근본이라/原其所自此其根
근원이 허술하면 어느 곳에 의지하랴/根若不牢安所恃
그대 몸 이에 더 중할 수 없거니/君知體莫重於斯
공경과 진신들이 여기서 배출되네/公卿縉神多出是
고을엔 학교 있고 사가엔 서당이라/鄕猶有校家有塾
서울에 어찌하여 이것이 없을쏘냐/況可國中無是事
성인하는 마음 힘쓰길 또 다시 권하노니/勸公更礪成人心
후생 격려함을 조금도 게을리 말게/激起後生毋少弛
내 이때 이미 죽었다 하더라도/我於此時雖就木
지하에서 오히려 춤추며 기뻐하리/地下猶能?舞喜

[주 D-001] 십이도(十二徒) : 십이공도(十二公徒)라고도 하는데, 고려 문종 이후 개경(開京)에 있었던 12사학(私學)의 생도(生徒)를 총칭한 것. 당시 최충(崔?)의 구재(九齋)를 모방하여 11인의 유신(儒臣)들이 학교를 열어 제자를 가르쳤는데, 11인의 도(徒)에 최충의 도를 합하여 십이공도라 불렀다. 십이도는, 최충(崔沖)의 문헌공도(文憲公徒), 정배걸(鄭倍傑)의 홍문공도(弘文公徒), 노단(盧旦)의 광헌공도(匡憲公徒), 김상빈(金尙賓)의 남산공도(南山公徒), 김무체(金無滯)의 서원도(西園徒), 은정(殷鼎)의 문충공도(文忠公徒), 김의진(金義珍)의 양신공도(良愼公徒), 황영(黃瑩)의 정경공도(貞敬公徒), 유감(柳監)의 충평공도(忠平公徒), 문정(文正)의 정헌공도(貞憲公徒), 서석(徐碩)의 서시랑도(徐侍郞徒), 실명씨(失名氏)의 귀산도(龜山徒)를 말한다.
[주 D-002] 기수에 멱감는 관동들을 보는 듯 : 고상한 뜻을 품고 한가로이 유람함을 말한다. 《논어(論語)》선진(先進)에 "공자(孔子)가 그 제자인 자로(子路)·증석(曾晳)·염유(?有)·공서화(公西華)와 함께 있다가 각각 그 바라는 뜻을 묻자, 증점(曾點 : 증석)은 '늦은 봄에 봄옷이 이미 이루어졌으면, 관(冠)을 쓴 어른 5~6명과 함께 동자(童子) 6~7인을 데리고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다 시를 읊조리며 돌아오겠다.' 하니, 공자가 감탄하면서 '나는 증점을 따르겠다.' 하였다." 한다.
[주 D-003] 삼사 : 삼공(三公). 곧 고려 때 정1품인 태위(太尉)·사공(司空)·사도(司徒)를 일컫는다.



●동국이상국후집 제7권
고율시 古律詩 97수

김 학사(金學士) ★창(?) 가 화답해 온 하과시(夏課詩)에 차운하다

아름답다 그 고풍 뉘 힘으로 돌렸는가/美哉古風誰力廻
화산주D-001 땅에도 유풍을 일으키네/花山亦有興儒地
이것 어찌 한때의 모임일 뿐이런가/此豈一時翔集耳
자자손손 전해가며 영원을 기하리라/傳及子孫孫復子
생도들이 전성하던 그 옛날 생각하니/憶昔諸生全盛時
문호마다 빼어나 서로 다퉈 일어났네/門抽戶拔爭奮起
슬기로운 그대 인품 생지주D-002의 자질이라/君時早慧本生知
시 짓고 읊조림에 한결같이 쉬웠다네/吟詩作賦如?水
---하과(夏課)는 과거에 대비한 시부(詩賦)를 익히는 공부다.
나더러 교도---그 시 자주(自注)에 "내가 처음 재(齋)에 들어왔을 때 그대는 교도(敎導)였다." 하였다. --- 라 했으나 무엇을 가르쳤던가/我名敎導何敎爲

그대를 스승삼아 도리어 잘보이고 싶네/反欲師之竊求媚
이것 모두 사실이라 헛된 말 아니거니/此皆實錄非虛辭
눈에도 마음에도 모두 다 삼삼하네/不唯森目森在意
그 동안 선배들은 모두 다 고인이라/其間先進皆物故
생각할 그때마다 남몰래 눈물 씻네/每一念之潛拭淚
나와 그대 다행히도 좋은 때를 만났으니/與公今者幸其時
그 좋은 벼슬길에 함께 같이 올랐구려/得路俱登好官位
텅빈 우리 유문 생각할 그때마다/每思吾門根?空
의지 할 곳도 없고 믿을 곳도 없는 듯/行若無憑立無恃
무너진 것 수축한 건 그대의 공로인데/頹堤復築一出君
나에게 돌리려는 것 옳은 일 아니네/意欲歸吾理非是
남이 세운 공로를 자신이 차지함은/人有其功己自尸
도둑 중에 큰 것이라 작은 일 아니로세/盜莫爲大非細事
기대함은 계속하여 후생을 부름이라/所期袞袞招後生
안건주D-003을 배양하는 그 마음 게을리 말게/鑄鍛顔騫心勿弛
이로 인해 또 다시 열 두 문도 구성하라/因之重紐十二徒
우리 재만 즐기는 건 바라는 바 아니로다/不須偏爲吾齋喜


[주 D-001] 화산 : 안동(安東)의 고호인데, ★김창(金敞)의 관향이 안동이므로 한 말이다.
[주 D-002] 생지 : 나면서부터 저절로 도(道)를 아는 성인(聖人)의 자품을 말한다. 《중용(中庸)》에 훌륭한 사람을 세 등급으로 나눴는데, 첫째는 생지, 둘째는 배워서 아는 학지(學知), 셋째는 애써서 아는 곤지(困知)이다.
[주 D-003] 안건 : 공자(孔子)의 제자 안연(顔淵)과 민자건(閔子騫)을 말한 것으로 곧 훌륭한 제자를 가리킨다.



■ 최자의 보한집

십이사학의 성도2)들이 여름철마다 산 속에 모여서 학업을 익히다가 가을이 되면 헤어졌는데 용흥(龍興), 귀법(歸法) 두 절에 많이 왔다.

어느 날 저녁에는 가을 하늘에 달의 밝고 서늘한 기운이 사람을 엄습하였다. 사직 함순, 선달 이담지, 선달 옥화우 등이 생도 6,7인을 거느리고 귀법사 돌다리에 모여서 조그마한 술 좌석을 마련하고 옛 사람의 운을 써서 시를 지었다.


2) 고려 문종 이후에 생긴 12개 사학의 생도들을 총칭하는 말. 12도는 최충의 문헌공도, 정배걸의 홍문공도, 노단의 광헌공도, 김상빈의 남산공도, 김무대의 서원공도, 은정의 문충공도, 김의진의 양신공도, 황영의 정경공도, 유감의 충평공도, 문정의 정헌공도, 서석의 서시랑도, 실명씨의 귀산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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