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속의 도산 안창호(1878-193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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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09-20 00:29 조회1,619회 댓글0건본문
■ 안창호 평전 (2004.9, 청포도)
● 도산을 애도하는 글 (백범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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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여, 옛날에는 조국의 비운이 당두하면 수심에 찬 기색이 이 나라 방방곡곡에 가득 찬 중에서 혹은 통곡, 혹은 순사(殉死), 혹은 투쟁 등의 각종 방식으로써 민족의 정기가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는 조국의 위기를 담소와 환희와 추종으로 맞는 자가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국난을 바로 보지 못하는 현상을 볼 때마다 김구도 일사(一死)로써 그들의 정신을 환기하고자 선생의 뒤를 따르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이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갓 죽는 것보다는 잔명(殘命)이 있을 때까지 좀더 분투하는 것이 더욱 유효할까 하여 구차히 생명을 연장하고 있나이다. 이것이 행복한 듯한 때도 많으나 도리어 송구하고 고통스러운 때가 더 많습니다.
선생이여, 국난(國難)에 양신(良臣)을 사(思)한다 하였거니와 조국의 위기가 점점 박두할수록 위대한 지도자를 추모하는 심회가 더욱 간절하나이다. 그러므로 이날을 당한 우리는 애사(哀辭)를 베풀어 선생의 가신 것을 슬퍼하기보다는 선생에게 오늘의 우리의 처지와 경우를 하소연하여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기를 간원하고 싶습니다.
선생이여, 선생의 영혼이 계시면 이날 이때에 편안히 누워 계시지 못하리이다. 김구는 도탄에 빠진 3천만 동포, 그 중에도 특별히 삼팔선 너머 우리의 그리운 고향에 있는 가련한 동포를 대표하여 선생께 우리의 갈 길을 가르쳐 주시기를 간구하나이다.
앞산에서 두견이 울면 선생이 부르시는 줄 알 것이요, 뒤 창에서 빗소리가 나면 선생이 오신 줄 알 것이니 꿈에라도 나타나서 우리의 갈 길을 일러 주사이다.
선생이여, 강산도 의구하고 선생의 발자취도 완연하건만 선생의 영매한 자태만은 찾을 길이 없으니, 서글픈 가슴을 어찌 진정하오리까. 출렁이는 한강수가 다할지언정 면면한 이 한이야 어찌 끝이 있사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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