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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 太 白 山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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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작성일04-10-02 19:52 조회1,4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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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귀경길에 고생하며 달려오던 차들로 수도권이 주차장이 되어갈 무렵 白馬의 고삐를 틀어 쥐고 역행하여 내빼듯이 채찍질하여 어린 단종(端宗;폐위되어 노산군)께서 잠들어 있는 영월 땅을 지나니 추석연휴의 끝자락인지 도심 못지 않게 전국구 차들이 엉키어 굽이굽이 심산유곡길을 잘도 유영한다.

바쁜 일상과 지쳐 꿈들거리는 정신을 수습하려는 의지인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고한의 국립카지노장行인지는 몰라도 태백으로 접어드는 길목에도 수 년전의 고요한 지방소도시 냄새가 없고 어수선하다.

잊혀져 가는 것들과 우리를 슬프게 하는 도시문명의 이기들을 바쁘게 쫓아가지 못하는 나는 이제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지지나 않을까하는 안타까움이 가끔 든다. 아름답고 고귀한 어린날에 대한 그리움,혹은 향수이거나 국수적,보수주의 성향이 더더욱 아닌 것을 보면 나자신을 찾기조차 어려워 산야로 허겁지겁 달음박질 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저런 생각과 여유로운 행동으로 해가 짧은 태백산 골짜기를 이방인 처럼 스며들 듯 찾아간 무렵,이미 서산에 해는 기울고 제법 공기가 스산하다.

이제야 막걸리 잔에 김치 한 보시기를 놓고 시골 아낙이 엄지와 검지로 쓱 문질러 건내 준 젓가락을 들어 본다.

아!.松 竹향내 물씬 풍기는 민족의 영산자락 O(산소)와 뽀얀 사발의 링게르(막걸리)----- 어린날 선친과 밭고랑 사이에서 배차(배추의 충청북부,강원영서남의 방언) 한 포기를 솎아내어 된장 발라 넘기던 그 맛이리라. 작고하신 지 이십 년이 다되어 가건만 나아갈수록 그 크기가 커져 가는 것을 -----.

아직 거두지 않은 고랭지 양배추를 보거나 음산한 돌담의 습한 기운에도 그리움이 인다.이것이 언제 부터인가 내가 겪고 있는 명절증후군의 또다른 모습임을 안다.

^1567의 백두대간의 천제단을 오르는 길은 삼한 오악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제법 순탄하다.코스도 단순하고 정감이 간다.

모든 신령들의 신단이 있는 산자락들을 굽어보며 능선에 오르니 울긋불긋 갈아 입은 단풍은 이미 떨어져 뒹구는게 반이다. 반팔의 옷차림은 무리임을 깨우치는 듯 서풍에 넘어오는 운무의 흩어짐이 장관이다.

하산 길에 단종을 모신 비각이 보인다.
단종이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 한다.
많은 것을 일깨워 주는 산행이었다.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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