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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쓰는 편지2/시,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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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우 작성일04-10-03 09:55 조회1,4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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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에 쓰는 편지 2/시,김윤진



    선생님, 오늘은 코스모스 길 위를 걸으면서

    나란히 노래라도 부르고 싶었습니다

    그 속에서 느껴질 색모(色貌)는

    아름다울 것 같았어요

    황폐해 지는 마음은

    광활한 바다를 떠도는 작은 종이배였습니다

    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을 배제할 수 없어

    강요해서 되는 감정도 아니지만

    서두를 용기조차 없습니다

    무방비한 선생님의 가슴을 두드리면서

    죄송하다는 말도

    더는 새퉁스러워 못할 일입니다

    버선발로 맞길 기대하진 않았지만

    묵중한 태도에 자꾸만 처연해지는 심상은

    비 맞은 작은 새 같아요

    이지러진 달도 둥글게

    그 모습을 갖춰 갑니다

    바람도 사뿐히 날아갑니다

    모두가 낯설은 풍요의 계절은 아닙니다

    그 속에 어우러지지 못하는

    제가 이방인 같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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