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수의학(獸醫學)과 익원공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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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10-18 09:36 조회2,197회 댓글0건본문
●수의학(獸醫學)
동물의 질병치료·예방·육종·사육·이용 등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 이는 내과학·미생물학·번식학·병리학·생리학·약리학·외과학·육종학·해부학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수의는 중국 주(周)나라 때의 직제(職制)를 기록한 ≪주례 周禮≫의 천관편(天官篇)에 식의(食醫) 중사(中士) 2인, 질의(疾醫) 중사 8인, 양의(瘍醫) 하사(下士) 8인, 수의 하사 4인 등 제도적으로 4과(科)를 두고 있어, 수의가 기원전부터 중국에 있었으며 짐승들의 병을 치료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육식을 하였으며, 또한 전쟁에 필요한 군마(軍馬)를 중요하게 여겨 왔으므로 군마와 함께 식용에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가축들의 병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전통적 수의학의 지식을 가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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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의 수의학이 어느 수준까지 발달되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문헌이 없고, 다만 조선 정종 1년(1399)에 편찬된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 新編集成馬醫方牛醫方≫을 통하여 그 개략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즉, 방사량(房士良)이 쓴 이 책의 서문에 의하면 좌정승 조준과 우정승 김사형(金士衡)이 권중화(權仲和)와 한상경(韓尙敬)에게 명하여 〈백락경 伯樂經〉과 〈원조결 元朝訣〉을 경위(經緯)로 하고, 그 밖에 모든 방서 중에 효력 있는 방문(方文)과 동인(東人)들이 이미 경험한 술법들을 채집하여 편집한 것이라고 하였음은 이 책이 송·원대의 우마방서(牛馬方書)와 동인들의 경험방을 수집한 고려시대의 수의학 전통지식을 이어 온 것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또 편집을 계획한 조준과 김사형은 고려 말의 중신으로 조선 건국에 참여한 공신들이며, 편집에 종사해 온 권중화와 한상경도 고려 말의 문신들인데, 특히 권중화는 의약학 지식에도 능통하였다.
서문을 쓴 그 당시의 전의소감(典醫少監)인 방사량은 고려 공양왕 1년(1389)의 전의시승(典醫寺丞)이었으므로 고려시대에 쓰여 있던 전통 지식에 기초를 둔 우마의방서들을 중심으로 편집하였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고려시대에 이미 학술적 체제를 갖춘 수의학 전문서인 마의방과 우의방들이 널리 보급되었으며, 특히 수의방에 대한 동인들의 경험방들이 널리 실용되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뒤 1399년에 제생원(濟生院)에서 ≪향약제생집성방 鄕藥濟生集成方≫을 편집, 간행할 때에 부록으로 함께 편성되었고, 그뒤 1580년(선조 13)에 전라도 전주에서 재간되고, 1633년(인조 11)에 제주에서 복간되었다.
최근 제주본을 대본(臺本)으로 만주 봉천시(奉天市:지금의 瀋陽) 췌문재(萃文齋)에서 영인된 사실은 중국에까지 널리 전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新編集成馬醫方牛醫方)
1399년(정종 1)에 편찬된 수의학서(獸醫學書). 1책. 목판본. 편자는 권중화(權仲和)·한상경(韓尙敬)·조준(趙浚)·김사형(金士衡)·방사량(房士良) 등이다. 이 책은 ≪향약제생집성방 鄕藥濟生集成方≫과 함께 간행된 것이다.
전의소감지제생원사(典醫少監知濟生院事) 방사량의 서문에 의하면 좌정승 조준과 우정승 김사형이 권중화와 한상경에게 명하여 중국의 백락(伯樂)의 경(經)을 날〔經〕로 하고 원나라의 결(訣)을 씨〔緯〕로 하여 제서(諸書)의 효력 있는 방문들을 모으고 동인(東人)이 이미 시험한 술법을 채집하여 편성한 것이라 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송·원나라 때의 마의방·우의방서와 동인들의 경험방을 참작, 수집한 고려시대의 수의학의 전통을 이어 온 전문의방서라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보면, 마의방에는 양마상도(良馬相圖)·양마선모지도(良馬旋毛之圖) 등을 비롯하여 오장각부병치(五臟各部病治)·풍문(風門)·황문(黃門)·창문(脹門)·잡병문 등에 이르는 마상(馬相)·마병(馬病)에 관한 치료법이 열거되어 있고, 우의방에서도 마의방과 비슷하게 상우법(相牛法)으로부터 온역문(溫疫門)·안병문(眼病門)·산병문(産病門) 및 잡병문에 이르는 우상(牛相)·우병(牛病)에 관한 술법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 동인경험방으로서 동인경험목양법(東人經驗牧養法)·동인경험치마개(東人經驗治馬疥)·치졸천수(治卒喘嗽) 등이 열거되어 있어 고려시대의 수의학에 관한 지식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1399년 강원도에서 초간된 뒤 전주·의주·제주 등 각지에서 중간되었으며, 1634년(인조 12)에는 훈련도감활자(訓鍊都監活字)의 소활자로 인출하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에토시대(江戶時代)에 전주판(1580년판)을 대본으로 하여 복간되었고, 1939년 만주 심양(瀋陽) 췌문재(萃文齋)에서는 제주판(1633년판)을 대본으로 하여 영인되기도 하였다. 전주판은 고려대학교·서울대학교 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고, 갑진활자본(甲辰活字本)은 황의돈가(黃義敦家)에서 소장하고 있다.
≪참고문헌≫ 韓國醫學史(金斗鍾, 探求堂, 1979).
●향약제생집성방(鄕藥濟生集成方)
1398년(태조 7) 조준(趙浚)·권중화(權仲和)·김희선(金希善)·김사형(金士衡) 등이 편찬한 의약서(醫藥書). 30권으로 되어 있으며, 1399년(정종 1) 김희선이 강원도에서 간행하였다.
이 책은 망실되어 그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세종 때 발간한 ≪향약집성방 鄕藥集成方≫과 ≪향약제생집성방≫에서 388증(症)과 2,803방(方)을 인용하였다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방대함을 짐작할 수 있다.
≪향약제생집성방≫을 만들게 된 경위에 대하여 ≪양촌집 陽村集≫ 권17에 당시의 석학인 권근(權近)이 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서문·발문에 있다.
“우리 나라가 중국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국토에서 생산되지 않는 약물을 얻기 어렵다. 나라의 풍속에 간간이 일초(一草)로써 일병(一病)을 치료하여 효력을 보았다. 일찍이 ≪삼화자향약방 三和子鄕藥方≫이 있었으나 너무 간략하였다.
이제 판문하(判門下) 권중화가 서찬(徐贊)에게 명령하여 ≪간이방 簡易方≫을 저술하게 하였는데 세간에서 널리 쓰이지 않았다.
태조가 개국한 다음 박시제중(博施濟衆)할 뜻으로 궁민(窮民)들이 병에 의약을 얻지 못하는 것을 측연히 생각하여 오던 차에 좌정승 평양백(左政丞平壤伯) 조준과 우정승 상락백(右政丞上絡伯) 김사형이 태조의 마음을 헤아려 제생원을 두기를 청하고, 중추(中樞) 김희선을 시켜 향약을 채취하여 민질(民疾)을 널리 고치게 하였다.
또 각 도에 의학원(醫學院)을 두어 교수를 보내어 질병을 치료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관약국관(官藥局官)에게 특명을 내려 여러 가지 약방문을 검토하게 하고, 우리 나라에서 얻은 경험방(東人經驗方)을 채집하여 그 종류에 따라서 문(門)으로 나누어 ≪향약제생집성방≫을 편집하고, 끝에 우마의방(牛馬醫方)을 덧붙여 김희선이 관찰사로 재직 중인 강원도에서 간행된 것이다.”
이어서 이 책의 성립에 공헌을 한 조준·김사형·김희선·권중화 네 사람의 공적을 찬양하고, 자국풍토(自國風土)에서 생산되는 약제로써 자국민의 질병을 구료하기를 강조하였고, 이를 위하여 이와 같은 방대한 책이 만들어졌다고 하였다.
≪참고문헌≫ 韓國醫學史(金斗鍾, 探求堂, 1966), 韓醫藥書攷(金信根, 서울大學校 出版部,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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