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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좁쌀 한알"이라 표현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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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작성일04-12-27 08:37 조회1,669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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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겨레의 스승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 그러나 자신을 ‘좁쌀 한 알’이라고 한없이 낮췄던 사람. 그가 남긴 일화를 보면 그가 어떤 됨됨이를 지녔는지 알 수 있다.

하루는 시내에서 제재소를 경영하는 이가 장일순을 찾아와 장사가 안된다고 투덜거렸다. 그 얘기를 듣고 장일순은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거지야.” “내가 왜 거집니까?”

어엿한 제재소 사장이었던 그는 얼굴을 붉히며 따지듯이 되물었다.

“대답해 보게. 어떤 사람을 거지라 하는가?”

“깡통을 놓고 얻어먹는 사람이지요.”

“그렇지. 그런데 자네 또한 제재소라는 동냥그릇을 놓고 앉아 있지 않은가? 그릇 모양이 다를 뿐이지 거지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뭐 있겠나.”

“…….”

“누가 밥을 주고, 입을 옷을 주는지 잘 보라고. 손님 아닌가? 그분들이 자네의 하느님인거여. 그러니 온 마음을 다해 섬겨야지.”

정일순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고의 길을 열어 주었다. 누가 찾아오든 반갑게 맞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 사람들을 대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기차 안에서 자식 혼수비용을 몽땅 잃어버리고 속을 태우던 한 시골 아낙이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 물어서 장일순을 찾아왔다. 아낙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장일순은 원주역으로 갔다. 그리고 역 앞에 있는 노점에서 소주를 시켜 놓고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기를 사흘 하고나니 원주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소매치기를 모두 알 수 있었고, 아낙네의 돈을 훔친 이도 찾을 수 있었다. 장일순은 그 소매치기를 달래 남은 돈을 받아내고, 거기에 자신의 돈을 합쳐 아낙에게 돌려주었다. 그런 다음에도 여러 번 더 그 소매치기를 만나기 위해 원주역에 갔는데, 무엇 때문이었을까?

“드셔, 이건 내가 자네 영업을 방해한 데 대한 사과의 뜻으로 사는 술과 밥이여, 드시고 용서하시라구.”

소매치기 같은 짓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 따위는 한 마디도 않았다.

 ▲출처 :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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