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정중수기 번암 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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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영환 작성일04-12-30 13:02 조회1,545회 댓글1건본문
金水亭重修記 樊巖 蔡濟恭
천지는 본래 여관(旅館)(1)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여관에서 각기 자기의 처소를 점령하여 자기의 것이라고 한다. 자기가 길이 여관의 주인이 될 수 없음을 돌아보고는 아들에게 전하고 손자에게 끼쳐 주 는 것을 마치 불을 섶에 전하여 꺼지지 않게 하는 것처럼 한다. 만약 그렇다면 비록 여관일지라도 주인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주인된 사람은 또한 여관이라고 하여 부조(父祖)의 사업을 이어 성취하지 않을 수 없음도 명백 하다. 소상국(蕭相國)은 전택(田宅)을 마련하는 것을 반드시 궁벽(窮僻)한 곳에 하였다. 이런 처사는 달관한 것 같지만 고루(固陋)함에 가깝고, 이문요(李文饒)는 자손에게 경계하여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잃지 말라고 하였다. 이것은 벽(癖)(2)으로서 도(道)에 통달 하지 못했음을 면치 못한다. 이제 정자와 누대를 두고도 고루함에 이르지 않고, 또 화초나 나무 때문에 외물(外物) 에 누(累)되지 않는 것은 오직 동음(洞陰)의 금수정(金水亭)이 그것이다. 금수정은 김씨(金氏)의 소유로 된 것이 여러 백년이 되었다. 김씨들은 여기에 묘(墓) 를 쓰고, 여기를 전원(田園)으로 삼곤한다. 나아가서는 임금의 조정에서 의용(儀容)(3) 을 바르게 하여 당당한 풍채로 출사(出仕)하고, 집에 있어서는 토구지지(??之地)(4) 를 굳게 지킨다. 냇물과 폭포로 울타리를 삼고, 바위와 뫼뿌리로 베개와 자리를 삼는다. 경성(京城)둘 레의 수백리 안에 정자라고 이름하는 것 중에 어느 것도 감히 금수정(金水亭)과 동렬 (同列)(5)에 둘 만한 것이 없다. 아마 하늘이 신령한 지구(地區)를 마련하여 김씨 집에 이바지 한 것이리라. 내가 일찍이 도백(道伯)으로서 순시의 길을 우회(迂廻)하여 이곳에 들른 일이 있다. 정자에 올라가서 술잔을 기우리고 물가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기도 하였다. 양사언 (楊士彦).한경홍(韓景洪)의 필적(筆跡)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벽 위에 걸려 있는 이동주 (李東州)의 시문과 희암선생(希庵先生)의 상량문(上梁文)을 읽기도 하였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우러러보느라고 해가 이미 석양이 되는 것도 알지 못하였다. 오직 한스러운 일은 정자는 땅의 높은 곳에 얻었으나 사람이 아침저녁으로 여기에 살지 않는다. 산기운과 안개에 침식되고 새들이 쪼는 바 되어 비스듬히 기울어진(6) 것이있고 떨어지고 벗겨진(7) 것도 있었다. 금년 봄에 김군(金君)택인(宅仁)이 나에게 정자를 고쳐 중수한 전말을 이야기하고 나에게 기(記)를 부탁하였다. 가만히 생각컨애 화(和=옛날 활을 잘 만든 사람)의 활과 수(垂=옛날 순임금때 대나무 화살의 名工)의 화살과 태(兌=옛날 창을 잘 만든 明匠)의 창이 국가의 일에 무슨 관계 가 있어서 주(周)나라 성왕(成王)은 고명(顧命)(8)의 즈음에 진렬(陳列)하였고 사신을 그것 으로 삼가 기재하였던가. 그것은 구물(舊物)을 보전하는 것이 곧 대업을 보전하는 것 임을 보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아조의 사대부들은 성(姓)을 얻은 이래로 그 벼슬을 세습하고 장토(庄土)를 구획하여 가짐이 마치 땅을 나누어 제후를 봉한 것과 같다. 그 후손된 자가 만약 잘 이어 받들 지 못하면 마침내 그 집안은 기울어지고 엎어지는 데 이르게 된다. 옛날 제후의 나라 가 없어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지금 김씨는 대대로 훌륭한 인물이 있어서 기울어지는 것을 붙들어 지탱하고 위대한 것을 안정시킨 공(功)(9)이 우뚝하게 서 있는 물건에게까지 미쳤다. 정자도 오히려 이러 하니 하물며 정자보다 더 큰 일이겠는가. 나는 여기에서 한편으로는 정자가 주인을 만난 것을 축하하고 한편으로는 김씨들이 오직 조상의 자취를 이어서)10) 이 정자를 황폐하게 하지 않는 것을 축하한다. 그렇 게 하기 때문에 대대로 전해오는 시서(詩書)의 구업(舊業)을 보전해 가짐이, 이 정자를 보 전해 가지기에 부지런히 함과 같이 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쓰지 않 을 수 없다.
( (1)逆旅=旅館 (2)癖=고치기 어려운 버릇. 嗜好에 치우친 버릇 (3)羽儀王廷=조정에 용의를 갗추어 당당한 태도로 벼슬함 (4)??之地=토구지지=숨어 살 땅. 은퇴하여 늙어 죽을 땅 (5)齒=同列에 있음 (6)??=의사=비스듬이 기울어짐 (7)치박=?剝=떨어지고 벗겨짐 (8)고명=顧命=임금이 죽을때 하는 유언으로 뒷일을 부탁하는 것. 여기서는 書經의 顧命편에 나오는 주나라 성왕이 죽을 때 遺命으로 부탁한 고사를 인용한 것임 (9)전위=奠危=위태한 것을 안정시킴 (10)조무시승=祖武是繩=조상의 자취를 이음
2004.12.30 솔내영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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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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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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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정에 게시되어 있지 않은 중수기이군요. 현재 있는 중건기 현액은 최근 포천 향교 전교께서 찬하셨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