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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와 제례의식(祭禮儀式)에 대한 일고(一考)(1)-효란 무엇인가 (2008. 11. 25. 항용(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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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1-10-26 16:15 조회1,5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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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효(孝)를 기초로 한 각종 제례의식(祭禮儀式)을 잘 발달시켜 온 대표적인 문화민족이다. 효(孝)에 대한 개념은 <효경>(孝經)에 ‘사람의 신체, 터럭,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며,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널리 드날려 부모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지막이다(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孝經>의 開宗明義章)’라는 글귀 속에 그 핵심 내용이 잘 나타나 있다. 즉 효(孝)란 나에게 생명을 주시고 희생과 정성으로 키우고 가르쳐 주신 부모님께 드리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의 개념으로서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뿐만 아니라, 사후(死後)에도 온갖 정성을 다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출세하여 부모님의 이름이 더욱 크게 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을 가리키는 사상이다. 

 공자는 일찍이 효(孝)의 근본사상을 인(仁)과 경천애인(敬天愛人)의 동양적 휴머니즘에 두었다. 그는 논어(論語)에서 ‘인(仁)의 존재 근거는 효(孝)이다’라고 했고(<효>.  윤성범. 서울문화사. 1974. 76p), ‘인(仁)의 실(實)은 부모에게 효도하는데 있다(仁之實 事親是也)’(< 효의 연구>. 백남철, 1977. 계명사. 223P)고 했으며, ‘어버이를 사랑하는 자는 사람을 미워할 수 없으며, 어버이를 공양하는 자는 사람 앞에서 교만할 수 없다(<논어> 이민수 역. 1971. 27P)’라고 말한 것 등은 모두 효(孝)가 인(仁)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설명해 주는 것들이다. 결국 이 효(孝)는 국가를 이루는 최소 단위인 가정을 지킬 뿐만 아니라 한 나라를 바로 서게 하는 훌륭한 도덕이며 사상인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이 효(孝)를 인륜(人倫)의 가장 중요한 덕목(德目)으로 삼고 오랜 옛날부터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온 나라는 동양(한국, 일본, 중국)이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를 가장 대표적인 국가로 손꼽고 있다.

 중국은 19세기 이전까지 가부장제(家父長制)의 가족 제도 속에서 부모를 봉양하고, 공경하며, 조상에게 봉제사(奉祭祀)하는 것을 의무처럼 여기고 시행해왔다. 공자(孔子)는 부모를 공경하고,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며, 예(禮)로써 제사할 것을 강조하였고, 그 구체적인 실천방법도 제시하여 이를 확고하게 정착시켰다. 이 사상은 맹자(孟子)로 이어져 부모에 대한 의무사항으로 더욱 강조되었고, 한대(漢代)에 이르러서는 《효경(孝經)》에서 효를 도덕의 근원, 우주의 원리로 형이상화(形而上化) 시키고 명문화(明文化)시켰다. 그 후 1000여 년간을 이어온 중국의 이 효사상은 20세기 이후 큰 변혁을 맞았다. 즉 모택동의 공산주의 혁명은 과거의 사상과 철학, 종교, 의식(儀式), 유물 등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오직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만을 강조했다. 한때는 홍위병(1966-1969. *주 풀이)이 등장하여 문화 대혁명이란 표어 아래 중국 전역의 모든 전통문화와 유물, 유적, 종교 등을 낡은 것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파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 후 덩샤오핑의 실용주의가 등장했으나 중국에서의 효사상과 효의식은 점점 희박해져 갔고 결국 오늘날 중국은 과거에 행했던 효와 관련한 사상이나 제례의식 등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주. 홍위병(紅衛兵) :중국에서 문화대혁명(1966 ~69)의 커다란 추진세력이 된 준(準)군사조직으로 군인과 급진적인 대학생·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집단으로, 중국공산당 주석 마오쩌둥[毛澤東]이 당 내의 개혁파(실용주의자인 류샤오치, 덩샤오핑)들과의 싸움에 이용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홍위병이란 1927년 마오쩌둥이 조직했던 부대의 이름을 딴 것이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혁명적 집단이라 생각하면서 중국에 남아 있는 모든 낡은 문화 요소들을 제거하고 정부 내에서 자본가적인 요소들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체 신문을 발간하고 자신들의 강령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대자보를 붙였으며, 수많은 지식분자들과 전통적인 교리들을 비판하고 그 권위를 깎아내렸으며, 학교를 폐쇄하고 모든 전통적인 가치와 부르주아적인 것을 공격하였고, 또한 당의 관료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전국 각지에서 권력을 무력으로 탈취하였다. 1967년 이들의 과잉 행태로 사회가 너무 혼란해지자 정부는 홍위병들에게 시골로 돌아가라고 지시했고 그 이후 점차 가라앉아 1969년이 되어서야 활동이 중지되었다.


 일본은 역사, 철학, 예절 등 인문학 분야는 동양 3국 가운데서 가장 늦게 발전되었는데 약 7C 이후 중국과 우리나라로부터 유교 문화와 함께 이 효의 개념도 받아 들여졌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효는 중국, 한국과는 그 성격이 매우 다르게 정착되었다. 즉 일본은 평소 충(忠)과 효(孝)를 같은 의식선상에 두고 있다가 이 둘이 대치되는 상황이 생기면 서슴없이 충(忠)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우리가 효를 적극적으로 우선하는데 반해 크게 다른 것이다. 즉 일본에서는 효(孝)를 옛날부터 아주 약하게 인식해 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 후 근대에 들어 와서 1867년의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어난 서구화 경향과 경제 발전 제일주의는 이 효 사상을 올바르게 정립되지 못하게 했고, 그 후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도 이 효는 깊이 있게 자리 잡지 못하고 말았다. 오늘날 일본 가정에서의 효사상은 그저 부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종을 효로 인식하는 정도로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종교적으로 효를 강조하는 유교(儒敎)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일본의 최대 종교인 신도(神道)는 산과 마을에 있는 약 4만여 신들의 위패를 신사(神社)에 모시고 받드는 전통 신앙으로 일본 전 인구 중 약 1억 명 이상이 신봉하고 있다. 이 외에 불교(9천), 기독교(150만), 기타 종교(1100만) 등이 있는데 이는 일본 총인구 1억 명의 2배로 1인당 약 2개 정도의 종교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본인의 신앙심은 종교 그 자체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조상 숭배나 가내 평안 등을 기원하는 생활 규범으로서의 기능이 강한 것이 큰 특색이다.

 일본의 조상 숭배는 신사(神社)와는 별도로 집안 거실에 마련된 부쓰단(불단-佛壇)에서 행해지는 것이 오래 된 전통이다. 이 부쓰단(佛壇)은 불상과 조상의 위패를 함께 모신 제단(祭壇)으로서 일정한 날 가족들이 이곳에 모여 예배를 행하거나 음식을 바치고 의식을 거행하는 곳이다. 대체로 불교와 진자(신사-神社) 신앙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은 옛날부터 기일(忌日)이나 오봉일(백중일)이 되면 절의 스님을 집으로 모셔와 이 부쓰단 앞에서 경을 읽는 전통의식을 거행해 왔다. 이 부쓰단이 가정에 놓이게 된 것은 에도시대(1603년-1867년, *주 참고) 부터라고 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일반 가정에서는 하나의 가구처럼 인식할 만큼 매우 보편화된 것이었다. 지금도 노년층에서는 이 부쓰단에서의 제례행위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한다.

*주. 에도시대 :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세이이 다이쇼군[征夷大將軍]에 임명되어 막부(幕府)를 개설한 1603년부터 15대 쇼군[將軍] 요시노부[慶喜]가 정권을 조정에 반환한 1867년까지의 봉건시대.

 그런데 이 부쓰단에는 모든 조상님들의 위패를 다 모시는 것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죽은 영혼만을 모시거나 기억에 남아 있는 부모, 조부모 정도, 또는 가까운 친족만을 모시며 기억에서 사라진 선조의 위패는 없애버린다. 더욱이 요즘의 도시 주민들에게는 가옥구조의 아파트화, 주택란 문제, 땅값 상승, 조상숭배사상의 쇠퇴 등으로 이 부쓰단을 모시는 곳이 매우 드물어 졌고, 묘표의 글씨가 흐려져도 고쳐 쓰지 않고 그대로 두며 3대 이상의 조상 묘석(墓石)은 치워버리거나 무관심하여 결국 없애 버리고 만다. 결국 요즘은  재(齋)나 장례식 등을 절에서 행하는 것으로 많이 바뀌었다.

*이상 일본의 효(孝)와 관련된 제례의식(祭禮儀式) 참고 문헌 :

 1. <국화와 칼>-일본 문화의 틀(루스 베네딕트 저. 김윤식 오인석 역. 을유문화사 간.     

    2000. 6.)

 2. <일본, 키워드77 이것이 일본이다>(조양욱 저. 고려원. 1996. 8. 193p)

 3. <유시민과 함께 읽는 일본 문화 이야기>(유시민 저. 푸른나무. 2002.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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