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일기 002---하얼빈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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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5-04-08 21:45 조회1,675회 댓글7건본문
2005년 3월 29일 15:15 (현지시간 14:15분, 이하 현지시간으로 표기)
하얼빈 太平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마중나온 하얼빈 공정대학 외사처 직원 Z가 출국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알려준 도착시간보다 50분이나 늦었는데도 환한 얼굴이다.
직원 Z는 한달 전에 청주에서 만나고 다시 조우하는 것이다.
큰 짐가방 3개와 작은 가방 몇 개를 질질 끌어 대기중인 승합차에 싣고
하얼빈 시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100리가 넘는다고 한다.
이곳 하얼빈도 영상의 기온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높은 하늘에 구름이 새솜같고 공기도 청정하다.
영하 20 몇도라느니, 살벌한 추위에 강풍과 먼저 투성이에
시커먼 회색빛 도시라느니, 하는 소리에 잔뜩 긴장했었는데,
불과 3시간 전에 출발한 수원, 인천의 하늘과 구름과 햇빛 그대로였다.
다만 산은 보이지 않고 벌판만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이국땅에 들어선 설레임에 따뜻함과 편안함이 더해져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인천공항에서 12시 40분에 이륙한 아시아나 비행기는
서해안 공해상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조금 지나 내려다본 아래로는 대청도, 백령도가 손바닥만하게 선명하다.
충렬공 할아버지와 둘째아들 김흔 장군이 잠시 유배왔던 섬이다.
정말 종이배 만하게 보이는데,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공해상으로 완전히 빠져나간 비행기는 방향을 틀어 북상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서 내려다본 아래로는 발해만 대련반도 꼬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벌판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드넓은 요동벌단, 만주벌판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직선으로 북상하는 비행기는 요양, 심양, 장춘을 지나
출발한지 2시간반 만에 하얼빈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요동 상공에서 내려다본 아래는 옛 선인들의 중국 사행길이 이어지던 곳으로
저 아래 요동벌판 한쪽에서 뽀얀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질주하는 말고삐를 부여잡은
충렬공 할아버지 일행의 흐름이 보이는 듯 마는 듯 생각되었다.
심양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래로는 군데군데 호수도 보였는데
김응하 장군의 격전장이었다는 무순의 대적방댐 인근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하얼빈 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거의 1시간 넘게 하얼빈 시내를 가로질러서 하얼빈공정대학에 들어섰다.
앞으로 1년간의 삶터와 배움터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유학생 기숙사에 짐을 부리고 나서,
직원 Z의 안내를 받아 택시를 타고 까르푸에 가서 급한 일상용품을 몇가지 구입했다.
기숙사에 돌아와 짐을 마저 정리하고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였다.
긴장과 피곤이 쌓여 멍멍한 상태였는데
식탁 한켠에서 훌쩍거리는 딸아이의 옆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바뀐 주변상황에 당황했는지?
한달동안 정들었던 인경이 언니 보고 싶다며,
두밤 자고 나서 내일모레 한국에 다시 돌아가면 안 되냐며,
어린 것이 훌쩍훌쩍 하면서 어깨를 들석이고 있었다.
안스럽고 미안했다. 내 심사도 울적해졌다.
순간 억지로 참았던 외로움과 불안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 같았다.
정신 차리자 생각하고 마음을 독하게 가다 듬었다.
방안 공기가 건조한 것 같아서 물사발 하나를 만들어 방안에 두었다.
9시 조금 넘어 (한국시간 10시) 잠에 떨어졌다.
댓글목록
김주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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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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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오늘 오후에 인터넷이 연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느려서 간신히 접속하고 있습니다.
돌아다니며 사진도 많이 찍고 있는데, 사진을 다운받은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은 많은 분들의 기대와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하루 6시간, 아이 둘은 소학교에서 하루 8시간,
그리고 과외 2시간씩 공부하고 있습니다.
매우 피곤하기도 하지만 재미도 많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시간 닿은대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발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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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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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드디어 고대하던 소식이 왔습니다. 너무나 반갑습니다.
내일 함벽루행에 빈자리의 아쉬움을 오늘 아우님 소식을 길동무로 삼아야 겠습니다.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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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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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반갑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중국 하얼빈이 이렇게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니--
우선 무사한 첫 시작과 중국에서의 첫 소식을 축하드립니다. 우린 내일 합천에 갑니다.
내일 할 이야기들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김행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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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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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미소 머금은 표정이 보이는 듯합니다. 소식 그대로 묻혀서 합천으로 가렵니다.
비오는 주말입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김영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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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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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드디어 하얼빈발 제1신이 떳군요
안착 소식과 함께 첫날밤의 심경 잘 보았습니다
김태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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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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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한통에 편지가 도착한듯 반갑습니다.늘 건강하십시요.,
솔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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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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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경주에서 묵새기고 있노라 이제야 접했습니다. 항상 드리는 말이지만
건강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