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어부사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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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석 작성일05-04-17 13:42 조회1,766회 댓글6건본문
일요일 함벽루를 다녀와서 분주하게 월요일의 일상에 시달리다가 밤 열 두시가 되어 갑자기 기회가 생겨 무작정 일행과 어울려 남녘 땅 시실리(時失里)로 차를 몰아간다.00:00분당발 05:00여수항 도착. 일행은 장비도 없이 낚시를 간다.물반 고기반이라나,사실 나는 낚시를 즐기지 못한다 아니,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낚으러 가는게 아니라 잠시 일상을 훌훌 벗어 던지러 가는 길이다.소중한 인연과 기억을 찾고 미래도 구상하고 이것저것 교통정리도 하고, 덜 성숙되어진 탓에 아직도 작은 욕심에서 기인한 근심이 있다면 조금 더 버리고 무소유,헝그리정신(濟州의 "조냥정신":척박한 대지의 옛사람들이 나름대로 아껴쓰는 절약습관을 말함)을 실천하리라.06:20여수항발 07:00금오도(여수시 남면 소재지)착,차가 수 십대 오르는 큰 여객선이 정박 할 수 있는 포구다.주차를 하고 기다리고 있던 작은 배로 갈아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어라 !,엔진으로 동력을 준비하네!.흥이 없어진다.목적지 소두라도(小斗羅島:4가구 15명 정도가 상주,소농어업),돌산도 아래에 위치하고 주위에 대두라,화태도,나발도등이 무인섬과 어우러져 시간을 잃어버림(時失島),잠시 위리안치가 된다.
섬집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그 옛날 멸치잡이로 성황을 이룰 때 돈을 포대로 담았다는 시절이 짐작된다.폐교된 분교엔 이승복 어린이의 갈비뼈(철근이 드러나 있다)가 앙상하고 교실 하나는 바닥이 썩어간다.한창 때에 50여명의 학생(45세의 주민이 5학년 무렵이라고 회고)이 공부하던 곳,공을 차면 바다로 떨어지는 운동장엔 잡초가 가득하고 축구 골대가 없다.
유배흔적을 찾을까?(말 없이 따라 나섰던 이유) 하고 섬을 한 바퀴 돌아 보니 김해인의 통정대부 비문 하나 외엔 시멘트 비석 두어 개와 대부분의 묘에는 상석이나 비석이 없어 알 수 없었다.이정도의 섬이라면 그 옛날에 중앙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을 듯 싶다.
가두리(가두어 양어함)에는 우럭치어가 가득하고 까나리를 끌어 올린 그물을 풀어 먹이로 주자 잔물결이 일렁인다.사료 냄새에 숭어가 모여들어 뜰체로 뜨면 될 그야말로 물반고기반이다.숭어철이란다.어른키만한 고기도 있다,이름은 모르고 맛도 없더란다.
밤이 되자 섬주민 모두가 모여 흑염소를 잡고 맑은 술을 내어 놓는다.이국적인 정경 속에 사라호태풍,얼마전 루사,매미태풍의 위력과 가두리를 날리고 방파제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고 드럼통이 집으로 날아다니는 기억을 들려 주신다.아픈 이야기에 나도 아프다.다행이 정부에서 피해 규모에 따라 지원을 해 준다니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된다.
은한이 삼경일 제 잠자리에 드니 또 속세의 일로 심경이 편칠 않다.초생달만 외로이 떠 외로운 섬 가득히 비추고 외로운 이의 창가로 와 길을 안내 해 준다. 낯선 곳에서 어릴적 통지표의 행동발달상황란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평소 과묵하고 착하나 생각이 많음"이제 단순하게,평범하게 나는 돌아 가리라!.육지의 화마,바다에서의 수마 흔적을 지우면서......죽음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또다시 일상으로 거슬러 올라 온다.마치 연어처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싸!, 아싸!.
댓글목록
김발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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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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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신 어부사시사 잘 보았습니다. 지금 벽수장에서 홈페이지를 보고 있습니다.
조심해서 오세요. 옺닭 삶는 냄새가 코끝에 맴돕니다.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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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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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잘읽었습니다. 멋진 신어부사시사, 정말 멋지십니다.
일상에서의 일탈, 그곳에서 잠시 느끼는 무릉도원의 낭만과 풍류,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새 힘을 내는 우리네 삶.
잠시의 휴식은 엄청난 에너지원이 되곤 합니다.
저도 회 한 접시 먹고 싶습니다.
김영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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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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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어제는 합천 함벽루 또 가야산 오늘은 남해안 고도 시간을 잃어벼린 동네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시던 이가 지금은 벽수장에 밤 지킴이로 남아 객을 두고
나온 주인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지.....결실(?)의 밤이 되시길....ㅋㅋㅋㅋ
김정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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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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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불 현 듯
한 여름밤 포항 월포리 바닷가를
자칭` 구 전 가 요`에 흠뻑 젖게 하시던
행복한 시간을 떠올립니다
대물(ㅋ) 상석 대부니이~~ㅁ 참 멋 쟁이 !!
솔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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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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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꽃가지의 봄맘을 어찌 자규가 알겠습니까?
그런 시심이 부럽네요....
김행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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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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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글이 너무나 멋져서 감히 댓글 올리기 송구스럽습니다.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