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중국에 갔다 온 거...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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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태서) 작성일05-05-14 10:36 조회1,337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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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친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제학공파 김진욱(태서)입니다.
사단법인 21세기군사연구소의 소장입니다. 지난번 베이징에서 있었던 제3회 한중안보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능촌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대신으로 이거 한번 올려봅니다.
한국에서 저와 함께 연구소의 고문이신 조성태 전 장관님을 비롯하여 김종환 전 합참의장님, 김인종, 차영구, 황병무, 정경영, 박영선 등 9명이 참석하였고 중국에서도 조강천 현 국방부장과 지호전 전 국방부장이 초청만찬을 베풀고 조남기 전 정치협상회의 부주석, 정신협 현 군사과학원장, 장방동 현 국방부 외사판공실주임, 라빈 전 국방부 외사판공실주임 등 다수의 전 현직 군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등 커다란 환대를 해주었습니다.
연구소에서 발간하고 있는 군사세계(KDR) 5월호에 자세한 내용이 실려져 있는데 그중 제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한·미 군사동맹과 한·중관계의 발전
1. 동북아 안보환경과 역내갈등
동북아 역내 지역국가들은 각국의 안전과 지역내 평화, 번영을 위하여 다자간 안보협력체제의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잘못된 역사로부터 빚어지는 배타적 민족주의의 문제, 역내 도서 및 해양자원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문제, 남북한 분단문제와 양안문제, 미일동맹의 강화와 중일간 지역내 영향력 경쟁 등 해결해야할 선결과제들이 놓여져 있다. 유럽과 같은 안보협조기구1)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양자동맹의 체제와 역내국가들간의 배타적 민족주의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역내 국가들 사이에는 경제적 협력이 확대되고 있고 문화적, 인종적 공통분모를 통하여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수교이후 지난 10여년기간 동안에 있어온 한중간의 관계발전은 어느 국가사이, 어느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괄목할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현재 동북아의 질서구도에 대한 관심보다도 북한과의 평화유지문제에 더 큰 외교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능한한 주변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안전과 지역평화를 위하여 애쓰고 있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남북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막기위하여 국제적인 여론을 모으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아직도 어쩔 수없이 국제관계의 영향을 받게 되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미국뿐만 아니라 주변국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북핵문제로 인하여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국제관계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갖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북핵문제를 비롯하여 양안문제, 도서영유권 문제 등 여러 갈등이슈들에 대하여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상호간에 전략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경향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정상과 각료들이 다각도로 외교채널을 이용하여 상호간 상충되어 발생되는 갈등들을 해소하고 화해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울러 각국은 자국의 전략적 의지를 관철시키고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고자 자국편향의 외교적 공세모습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자국과 역내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서 각국들은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전략변화와 정책확산의지에 따른 영향력이 동아시아 지역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의 변화에 따라 동북아 주둔 미군의 전략과 기능이 바뀌게 되고 그에 따라 미일동맹이 강화되면서 중국과 일본간에는 갈등의 골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한국사이에는 이념과 체제를 넘어서서 협조관계가 확대되고 있으며 국제우호연락회와 21세기군사연구소간의 한중 안보포럼도 이런 이념과 체제의 차이를 보완하여 공식채널을 지원하기 위한 양국간의 중요한 모임이라 할 수 있다.
2. 미국의 전략변화와 단극화 문제
가.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
동북아 주둔미군의 재배치와 기능변화는 미국의 전반적인 세계전략의 변화에서 기인된 것이다. 지역내에서의 미국의 위상변화와 전략의 변화는 동북아 국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의 변화를 분석함으로서 동북아 전략의 일단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9.11 테러의 참사와 그에 잇달아 발생한 동시다발적 테러에 의한 80여개 국적의 3천여명의 희생은 수퍼파워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들의 분노와 충격은 씻을 수 없는 것이었다. 미국은 테러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그로 인해 미국의 입장에서 적군과 아군을 갈라 놓게 되었다. 냉전시대의 이념구분은 없어지고 테러와 반테러, 미국의 입장에서 질서를 추구하는 나라와 반질서를 조성하는 나라로 양분되었다. 자칫 미국의 이익과 불일치되는 결정과 행동을 하는 국가는 반테러 대상국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미국은 획기적으로 그들의 안보전략을 수정하였고 그들의 새로운 안보전략이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제2차 이라크전이다.
냉전시대에 미국은 구 소련과 공산주의 동맹국들에 대처하기 위하여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중무장하고 강력한 화력을 가진 많은 병력을 주둔시켰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핵무기로 대표되는 삼중점(Triad) 시스템을 통해서 가상 적국들의 위협을 억제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시스템을 가지고는 불특정의 장소와 불시의 시간에 예측불가능의 방법으로 도전해 오는 비대칭적인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음이 자명한 일이다. 중무장한 무거운 병력으로 새로운 위협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전략과 정책의 전면수정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미국은 이런 현실속에서 국가안보전략을 억제와 봉쇄를 기본으로 한 참여 확대전략에서 공세적 신속유연 반응전략으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전세계를 통해서 미군의 재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미국의 안보전략은 ‘위협기반’에 그 바탕을 두고 있었지만, 지금 미국은 ‘능력기반’에 전략의 바탕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적의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위협을 억제하는 것으로서 전략적인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능력 그 자체가 잠재적인 위협이기 때문에 그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다양한 불특정의 위협에 대응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능력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9.11 테러와 같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될지도 모르는 테러리즘에 맞서기 위해서 미국으로서는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선제공격의 태세’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핵무기 개발국, 미사일 보유국, 생화학무기 보유국들이 이제는 위협의 대상으로서가 아니고 모두 그들의 잠정적 예상 공격국가가 되었다는 것이며, 이들로부터 구성되는 다양하고 가능한 공격형태에 대한 방어태세가 미국에게 필요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선제공격 안보독트린은 새로운 안보위협인 테러집단이나 불량국가들에 대처하자는 것인데 이는 대응수단에 제한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핵 선제사용 자제정책을 파기하겠다는 것이다. 테러리즘과 WMD의 위협제거가 미 국가안보정책의 최고의 우선목표이며 그들은 위협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위협의 뿌리를 뽑아내기 위하여 기존의 협약에 얽매이지 않고 또 그들의 도발 여부와 관계없이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안보전략의 개념위에서 이라크전에서 이미 우리가 보았듯이 미군은 전쟁억지에서 선제공격으로 군사전략을 변화시켰고 UN의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UN의 승인없이도 단독행동을 불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제 냉전체제를 해체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각종 조약이나 협약에 대하여 무의미함을 확인하였고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조약이나 협약의 파기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미동맹의 경우에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상호간에 합의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FOTA 회의2)나 SPI 회의3)를 통해서 볼 때 미국은 그들의 세계전략에 따라 한미동맹의 전략적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부시 2기정부의 자유확산 정책
새로 출범한 부시 2기 정부는 미국이 세계를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외교공세를 펴고 있다. 그는 2005년 2월 2일 연두교서에서 “우리의 목적은 자국의 고유한 문화를 반영해 수립한 정부형태하에서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국가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형성하고 보존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자국 국민과 이웃을 존중하기에 자유의 확산은 결국 평화정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자유의 확산은 오늘날 큰 진일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팔레스타인들이 자국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민주적 권리를 내세워 대통령을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인권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 역사에 또 하나의 큰 획을 긋는데 공헌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라크전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선에서 또 다시 승리하여 국민들로부터 그의 외교정책에 대한 강력한 신임장을 부여받은 부시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그들이 1기정부를 출범하면서 진단하고 계획했던 바대로 그들의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2기정부에서도 거침없이 그들의 자유확산 공세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부시를 둘러싼 신보수주의파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부시 1기정부 당시 대통령 안보보좌관으로 입각하기 전에 중요한 논문 하나를 발표했었다. 그 논문은 냉전후의 과도기에 있어서 ‘미국의 우위를 전제로하여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호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세계 1강의 수퍼파워로서 미국이 자유의 확산을 위하여 적극적인 외교공세를 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논문에서 ‘이념과 보편적 가치가 일체화되는 명확한 국익추구가 가능한 외교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한다고 주장하였다.4) 미국내에서도 이라크전과 부시 대통령의 신보수주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백중세의 찬반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네오콘5)의 자유확산전략은 더욱 더 큰 힘을 얻게 되었다.
네오콘의 이념과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미국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어 있다. 이들은 미국이 ‘악의축’으로 지정했던 이라크의 후세인을 과거에는 미국이 오랜기간 동안 지원했다는 점과 이라크전이 미국의 대테러전쟁 전략과 맞지 않다는 점, 탈냉전 이후 소련이 붕괴되자 미국은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적을 만들어 냈다는 점들을 주장하며 부시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부시 2기정부가 재선에 성공하고 그들의 전략이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6)에도 불구하고 진보주의 세력들은 미국내 혹은 전세계의 다른 반쪽의 움직임을 부시 2기정부가 향후 대외전략에 어떻게 반영할 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지난 3월 20일 한국을 방문했던 라이스 국무장관이 출발하기 전 일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주권국가’라고 언급한 것은 미국의 고위급 인사로서는 처음 있었던 일이며 이는 이라크전과 그동안의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미국 국내 및 우방국들의 다른 반쪽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미국의 입장
부시 재선이후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의 노력으로 4차 6자회담이 순조롭게 열릴 것으로 예측되던 가운데 북한이 미국의 호전성을 비난하면서 2월 10일 핵 보유선언을 들고 나왔다. 예측되지 않은 사실은 아니었지만,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조심스럽게 4차 회담을 준비하고 있던 한국과 중국에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대개 북한이 어느정도 어느 수준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모두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카드가 별로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협상용 이익 혹은 경제적 이익을 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데는 모두들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리비아가 스스로 대량살상무기의 포기를 선언하였고 이란이 EU와 핵개발 포기에 대해서 합의하자 이제 미국과 유엔의 관심은 북한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게 되었고 북한도 이런 상황을 자위권의 입장과 함께 그들 나름대로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취임후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 3월 25일 워싱턴포스트 논설위원들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불안하게 하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등의 강압 조치가 북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수백만의 탈북자를 양산할 수 있어 중국의 협력을 받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6자회담 이외의 선택이 가져올 장단점을 함께 봐야 한다”며 “나는 북한의 핵무장과 한반도의 안정이 양립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도 그에 대해 지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중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라이스는 “지금은 6자회담 이외의 다른 선택을 할 시점이 아니다.”며, 6자회담이 성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면서 얻은 정보와 판단이 이 인터뷰에서 노정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것은 첫째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서 한·중·일 모든 나라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 둘째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대해서 한·중·일 모든 나라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 셋째 아직 북한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갈 시점이 아니라고 한중일 모든 나라가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아직은 중국 등 주변국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에 나오게 하여 4차 6자회담에 탄력이 붙도록 하자는데 의미를 크게 두고있는 듯 하다. 라이스 국무장관도 중국에 대하여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주문했다. 미국이 6자회담의 틀안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데 따른 후유증 때문이다. 그들은 북한 핵폐기에 대하여 주변국들로부터 일종의 담보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주변국들이 북핵문제를 역내에서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북아 국가들과 경제적인 의존관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04년 8월말 기준으로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 재무부 채권은 7,220억달러이고 중국은 1,720억달러이다. 여기에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 보유하고 있는 2.060억달러를 포함하면 1조 1천억달러가 된다. 동북아 주요 국가의 미 재무부 채권 보유덕에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부터 스스로를 지탱해 나갈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군사력이 강하다고 해도 이런 경제적 변수가 있기 때문에 동북아 국가들과의 협상관계에서 미국이 무조건적으로 그들의 의도대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라. 미국의 단극화와 일방주의의 문제
미국은 미국의 방식대로 세계를 발전시키고 세계질서의 구도를 재편하려 하고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들의 우방국들에게 ‘미국의 줄에 서줄 것인가, 다른 줄에 설 것인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들을 따르는 것은 질서의 장으로 가는 것이고 그들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무질서의 장으로 가는 것이라며 각국의 형편대로 양자택일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미하원에서 열린 ‘한반도 6자회담과 핵문제 청문회’에서 헨리 하이드(공화당, 일리노이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한국 국방백서의 주적개념 삭제와 남북경협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서울에서 나오는 안보 문제에 대한 혼란스러운 정보들은 우리가 북한과 직면하고 있는 도전을 더욱 더 어려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은 누가 적인지 분명히 말하라”고 한국 정부에게 주문했다. 이것은 분명 한국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한국이 미국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이라면 미국식의 선악 판단기준에 따라서 ‘북한이냐, 미국이냐’ 양자택일을 하라는 것이다.
헨리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하여 한국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현재 남북이 적대적 대결상태로부터 공존과 화해협력을 향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분법적 사고는 한반도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적이 누구인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했는데 한미상호 방위조약에도 주적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적을 먼저 규정해야 미국이 도울 수 있다는 지적은 미국이 동맹의 목적과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으로 이해한다. 남북경협을 통한 대북지원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협력에 기여할 것이며 대북지원에 대해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독자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략이 바뀌면서 한미동맹의 개념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양국의 정치지도자들의 오해가 빚어내고 있는 해프닝들이다. 마땅히 미국의 전략변화와 한미동맹의 문제, 한국의 전략적 상황에 대하여 상호간에 이해가 있어야 하는 일이다.
탈냉전이 되면서 미국 단극체제의 기반이 조성된 것은 이미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극체제가 의미하는 것은 지구상의 모든 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주의체제, 미국이 설정한 공동의 적에 대해 공동 대처를 하여 세계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조셉 나이 교수가 ‘21세기 미국의 장래는 미국 일방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은 그동안 일방주의적인 외교로 탈냉전 시대의 모순적 내용을 해결하려고 하였고 미국 국내정권의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탈냉전의 상황을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결국 이런 미국의 일방주의 노선이 테러의 원인에 대한 일단을 자초하였다고 평가하는 학자들도 있으며 아직도 미국이 테러를 이용하여 모순 해결은 물론 더욱 더 패권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2004년 10월 2일 러시아 국방부가 펴낸 전략무기 현대화계획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은 ‘만약 예방적 무력사용 원칙이 국제관행으로 지속된다면 러시아도 국익수호를 위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고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도 ‘핵무기를 억지력이 아닌 위협용으로 바꾸려는 위험한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핵정책이 공세적으로 바뀜에 따라 러시아의 핵정책 변화도 불가피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2차 이라크전에 대한 프랑스나 독일의 반응에서 보듯이 그들은 미국의 일방주의 노선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ABM 정책의 파기와 함께 MD 구축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전 세계 여러나라에서 그에 따른 자국의 보호라는 명분아래 많은 나라들이 전술적 핵사용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프랑스처럼 저강도용 지하시설 파괴용 핵무기 개발이 국제사회에 성행을 이룰지도 모른다.
3. 한미 군사동맹과 한중관계의 발전
가. 한미 군사동맹의 변화
미국은 GPR 계획(Global Posture Readiness,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미군조직과 체계를 재편하고 있고, 한반도에 있는 미군도 그 계획에 따라 기능과 역할이 바뀌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제 북한의 위협을 견제하는 대북용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필요하면 언제든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출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활용될 것이다.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방위조약 제3조 적용범위에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방어로 한정되어 있다. 미국은 이 조약을 재해석하고, 일본에서의 경우처럼 한미안보공동선언을 제정해서 주한미군의 작전반경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SPI 회의에서 나오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의 역할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아시아·태평양 신속기동군화를 의미한다. 어쩌면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위반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며 이것은 미국의 세계전략의 변화에 따라 한국이 막을 수도 없는 변화의 흐름이다.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 과연 한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가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 의도와 전혀 관계 없이 한반도가 지역 분쟁에 휘말려 민족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의 입장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미국의 세계전략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동맹군으로서 한국군이 양안사태에 개입한다거나 한미동맹이 지역동맹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자칫하면 한미동맹이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맞추어 미일동맹의 하위체계로 편입되어 한국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체제의 하위국으로서 미일동맹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떠맡게 되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였을 때 미국은 이라크에 지원을 했었다. 그들의 목적은 이란의 민족주의 혁명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미국은 결국 나중에 아프가니스탄전의 미국의 주타겟이 되었던 탈레반 정권을 후원했었다. 그것은 소련의 지원을 받고 있던 나지불라 정권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미국은 20여년이 흐른 뒤 그들이 지원했었던 빈 라덴의 탈레반 정권을 진압하였고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지원했던 후세인 정부를 무력화시켰다. 우리는 미국의 이익에 따라 나온 미국의 전략변화에 대비하여 한국의 이익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미국과 어떻게 공조할 수 있는가 답을 찾고 있다.
나. 한미 군사동맹과 한중관계의 발전
미국은 지난 50여년간 한국의 안전을 책임졌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나라이다. 미국의 도움없이 지금의 한국의 발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체제구축 및 향후 한반도 통일의 과정에서 매우 긴요한 나라이다. 한국에는 ‘미국이 중요하냐, 중국이 중요하냐’하는 논란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게는 미국도 중요하고 중국도 중요한 나라이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미국이냐, 중국이냐’하는 일종의 선택지(選擇枝)가 주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경우 양국간의 안보전략적 선택에 대하여 한국이 갈등을 갖게 될 필요가 없겠지만, 양안문제나 북핵문제가 악화될 경우 한국이 난감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돌발사태에 대비하여 한미간의 사전조율의 필요성 인식 및 공감대 형성과 함께 한·중간에 더욱 더 긴밀한 협력체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21세기군사연구소와 중국의 국제우호련락회간 공동 안보포럼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며 포럼을 통하여 필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중국과 자주 교류하면 할수록 중국과 한국이 오랜 문화적인 공통분모로 인하여 형제와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어떤 ‘전략적 동질감’7)이라는 것이 있다면 미국은 한국에 대하여 전략적 동질감이 하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중국은 한국에 대하여 전략적 동질감이 상승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도 한국과 미국의 사이가 서로 멀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한국과 중국이 동맹을 맺고 미국에 반대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두 나라의 사이가 강화되는 것이 다른 두 나라 사이의 입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이어지면 안된다. 우리는 한중관계의 발전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미국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또 한미 군사동맹이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중국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4. 결론
부시행정부는 중국의 WTO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적극 지지하였고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지원하였다. 중국과 미국은 현실적으로 대테러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가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필자가 느끼고 있는 것은 중국은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혁개방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중국은 미국의 협력이 필요하고, 대만문제의 해결과정에서도 미국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지위와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국은 미국의 양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가급적 미국과의 갈등과 충돌을 회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 국내에서 약 30만개의 일자리가 중국과의 교역관계로 만들어졌고, 앞으로 총 1백만개의 일자리가 중국과의 교역으로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통하여 상당한 실리를 얻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핵문제와 테러문제와 같이 미묘한 국제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의 협력과 동의를 얻지 않고 미국 단독으로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없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성태 장관은 聯美得中8)이라는 표현을 써서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발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중국이 반대하지 않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명한 한미동맹의 기본이라고 본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도 증진시킬 수 있고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동북아도 안정될 수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의 변화와 동아시아에서의 새로운 국제질서속에서 한국과 중국에게는 두 가지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단극체제의 현실속에서 미국과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북아에서 불필요한 마찰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략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고 둘은 장차 역내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구성하여 각각 그 일원으로서 역내 다른 국가들과 함께 동북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아시아적 가치가 인류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동 보조를 취하는 일이다.
1)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경우, 서방 국가들이나 동유럽 국가들이 각국의 영토와 정체성 등의 현상(status quo)을 상호간에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직까지 영토문제나 정체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못한 동북아 지역에서 유럽과 같은 다자간 안보협조체제를 형성하는 일은 쉽지않은 일이다. 우선 공동 안보협력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를 정하는 것 그 자체부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수퍼파워 미국과의 간접적인 안보협력체제를 통하여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2) FOTA회의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 The Future Of The ROK-U.S. Alliance Policy Initiative)는 한국과 미국의 국방부가 새로운 위협환경에 대처하여 미래 한미 동맹관계를 현대화하고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자는 목적으로 구성한 정책적 차원의 한미 협의기구이다.
3) SPI회의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 The Security Policy Initiative)는 기존의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와 달리 현안과제들보다는 미래 한미동맹의 청사진을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시도된 한미 군사ㆍ외교 정책자들의 새로운 협의기구이다.이는 한미 군사동맹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FOTA 회의의 틀로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4)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이익증진책 (promoting the national interests)”, Foreign Affair지 2000년 2월호. 이 논문에 ‘악의축’으로 지목된 3국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어 있으며 이들 위협국가에 대한 응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한 미국의 신 외교정책과제로서 5가지를 제시하였다. ① 투사력의 수단으로서 억제력 그리고 억제력 파괴시의 전투력으로서 21세기 최고도의 군사력 확보 ② 자유무역과 안정된 국제통화시스템의 확대에 의한 경제성장과 정치적 개방성 촉진 ③ 미국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평화와 번영과 자유의 증진 그리고 책임을 공유할 동맹국과의 관계강화 ④ 국제정치시스템의 기본적 속성을 좌우하는 러시아, 중국과의 총합적 관계 구축노력 ⑤ 테러의 잠재성을 지닌 국가와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려는 국가와 불량국가의 위협에 단호히 대응
5) 미국내 신보수주의자들을 지칭하는 `neo-conservatives’의 줄임말이다. 네오콘은 60-70년대 베트남전 당시 반전운동과 평화주의에 반기를 든 미국 민주당내 일부세력이 당을 이탈, 공화당원으로 전향하면서 생겨났다. 이들은 전통적 보수주의자들과 노선이 구별되며 미국이 힘을 바탕으로 불량국가에 대한 선제공격 등 보다 적극적 개입으로 국제질서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당수가 유태계이며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집권당시 세력이 강력해졌다가 냉전종식과 더불어 한때 주도적 지위를 상실했었다. 그러나 9.11 테러를 계기로 그들은 새로운 입지를 회복했으며 현재 미국의 정계와 언론계, 각종 싱크탱크 등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6) 부시 대통령이 그의 전략이 승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증거는 파월을 포기하고 럼스펠드와 체니를 택했다는 것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더구나 1기 정부의 전략을 기초한 라이스 보좌관을 국무장관에 임명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2기정부에서 그들의 선제유연반응전략 그리고 그에 따른 자유확산 정책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7) 힘이 지배하는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느 국가든지 그 나라의 도덕기준이나 선호를 떠나서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외교적 수사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결국은 그 나라의 내면적 의지나 선호에 따라서 대외정책 방향이 변화될 가능성은 항상 잠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을 일종의 전략적 동질감이라고 표현해 보았다.
8)미국과는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중국과는 상호이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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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정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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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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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우선 구독 신청 했습니다.
家兒 容慶이와 찬찬히 읽어 보겠습니다.
김주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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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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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한국국방연구원(KIDA) 군비통제연구실장 김태우(안렴, 대구생)의 견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김주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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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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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조남기 전 정치협상회의 부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