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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일기 16---백두산 답사기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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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5-06-16 19:35 조회1,416회 댓글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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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8일 (수)

---계  속---

용정시내로 다시 돌아나와 또 미니버스를 전세내어 30분 걸려 연길로 넘어왔다. 연길에서 최고로 유명하다는 번화가에 있는 연길진달래냉면 식당 앞에서 하차했다. 명성대로 식당은 너무 넓어서 방 찾기도 힘들 정도였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냉면에 너댓가지 요리를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2시였다. 하얼빈행 열차가 저녁 7시 51분 출발이었으므로 최소한 4시간은 어디가서 때워야 했다. 연길시는 규모에 비해서 가볼만한 데가 없었다. 생각 끝에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최대 민족교육대학이라고 하는 연변대학에 가 보기로 했다. 연길 시내를 1시간 가량 걸어서 연변대학에 도착했다.


본관 앞 정원 나무그늘 아래 짐을 풀고 4시간의 자유시간을 갖도록 했다. 어느새 나무그늘 아래 의자에 누워 낮잠을 자는 측도 있고, 일부는 교정을 산책하기도 하고, 일부는 먹을 것을 사러 대학 밖에 있는 슈퍼에 다녀 오기도 했다. 대학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경사진 구릉을 따라 자연스럽게 건물이 배치되어 있고, 교정 뒤 산허리에는 항일무명기념비, 정판룡 문학비가 최근 세워져 있다. 민족대학답게 교정 맨 위에는 민족교육관, 조선한국연구소 등의 간판이 보이고, 우리가 쉬고 있는 나무그늘 바로 앞에는 대학 설립자 림민호 동상이 있는데 조선족이며, 대학도서관에 붙어 있는 서류 명단에 출신민족을 살펴 보니 한족(중국인) 서넛에, 만족(만주족) 한둘, 나머지 30여명은 조선족이었다.


백두산 인근에서부터 연해주 부근까지 함경북도와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에 있는 연변조선족자치주는 돈화시, 안도현, 화룡시, 왕청현, 훈춘시, 도문시, 연길시, 용정시를 아우루는 길림성 산하 자치지역이다. 그중에 연길시가 자치주의 수도로서, 인구 38만에 59%가 조선족이라 한다.  정책상 소수민족 비율이 (?)38%를 넘어야 자치주로 인정한다는데, 현재 연변조선족자치주 전체의 조선족 비율이 40% 정도라고 한다. 젊은 층이 대도시로 자꾸 빠져 나가고, 한국으로 돈 벌러 나가는 사이 조선족 비율이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자치주에서는 소수민족의 언어를 먼저 사용하고, 자치정부, 방송국, 신문사, 학교 등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연길역에 도착. 19:51분 하얼빈행 열차에 올랐다. 이제 모든 여정을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11시간의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하얼빈에 도착하는 것이다. 용정 명동촌에서 산 윤동주 시집을 보다가 두시간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시를 이렇게 후딱 읽어 치워도 되는 건지... 그래도 시를 읽다 보니 역시 윤동주는 ‘정말 시인이다’ 라는 느낌만은 문외한인 나에게도 조용하면서도 사무치게 다가왔다.


<고추밭>

시들은 잎새속에서

고 빠알간 살을 드러내놓고

고추는 방년된 아가씬양 땡볕에 자꾸 익어간다.


할머니는 바구니를 들고

밭머리에서 어정거리고

손가락 너는 아이는

할머니 뒤만 따른다. 1938.10.26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안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열차표를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우리 일행의 좌석이 여기저기 흝어져 있다. 잘 들 있는가 두어번 살펴 보았다. 나의 허풍을 믿고 따라와준 젊은 학생들이 어여쁘다. 불평 한마디, 불편한 표정 한번 없었던 것을 보면 그래도 여정이 알차게 이어진 듯하다. 유학생의 남자친구 한 명이 3개월반 동안 중국 라싸에서 시작해 인도를 넘어 파키스탄, 터키을 지나 동유럽을 훑고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1주일간 타고 와서 하얼빈에 도착하자마자 합류했는데, 마지막 여정을 아주 재미있고 의미있게 장식하게 됐다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 또다른 의미가 있는 백두산 일대 답사가 된 듯하다. 그동안 몇 년간의 안사연 답사경험이 이렇게 하나의 작은 결실을 이루어낸 것이리라 스스로 대견해했다.



6월 9일 (목)

밤새 11시간을 달려온 열차는 아침 6시반 하얼빈역에 도착했다. 6일간의 백두산 일대 연변조선족자치주(간도지방) 답사를 마치고 현재의 우리 일행의 삶터와 배움터가 있는 인구 380만의 중국 북방 최대의 도시 하얼빈 시가지에 돌아온 것이다.(하얼빈시 전체는 960만) 택시를 잡아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무사히 다녀 왔노라고 대학 외사처에 통보했다. 유학생 모두 학교를 하루 쉬기로 했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방을 정리했다. 아내는 널어둔 이불보를 채우고 여행기간 입었던 옷가지를 빨고 그 사이에도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우식이도 학교를 하루 쉬게 했더니 며칠사이 못했던 게임에 매달리고, 나는 디카에 찍어둔 사진 360장을 컴퓨터에 다운받아 놓고 엿새간의 답사일기를 정리하느라 문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저녁 6시반 답사기 정리가 마무리되었다.


한국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다음주 하얼빈에서 열리는 국제무역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6월13일 9명, 6월14일 3명의 손님이 온다고 안내를 부탁하는 전화였다.


아침에는 흐리고 낮에는 화창하게 무덥더니 어둑해질 무렵부터 번개가 번쩍번쩍 하고 천둥이 쾅쾅거리더니 소낙비가 밤새 쏟아졌다.



댓글목록

김정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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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대부님 먼 로정에 좋은 견문기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다녀본 길이나 머릿속에만 있을뿐 표현을 못 하였는데 기억을 새롭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늘 건강유념 하시길....

솔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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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
훌륭한 기록문 잘 보았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오신 하르빈에서 보람찬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진회(밀)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진회(밀)
작성일

  유학 중 이신데 하얼빈일기와 백두산답사기 보내주시고
잘 보았습니다.  감사드리며  건강 유의하십시요

김항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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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긴 여정일기를 잘 읽었습니다. 지금의 이 기록들이 훗날 큰 이정표가 도리라 믿습니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김행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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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제가 마치 백두산 기행에 동참한 듯 잘 읽어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저도 꼭 한번 님의 견문기를 쫓아서 여행해보고 싶습니다.

김태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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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백두산 답사기  잘 읽었습니다.
홋날 좋은 정보가 되리라 믿습니다.
몸 건강히 무사히 여행 잘 다녀오셨습니다.

김윤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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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대부님, 무사히 여행 마치셨다니 더없이 반가운 소식입니다.
뜻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고 귀국하실 날 손꼽아 기다립니다.

김은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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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주회아우님 늘 건강유의하시고 가족들모두 편안하시길 기원합니다.
백두산 기행  감사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