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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 김시양 연구(석사학위 논문)-본론 (25)-하담의 시세계, 유배지의 삶과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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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6-11-22 16:41 조회1,5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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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流配地의 삶과 憂愁


 앞에서도 밝혔듯이 荷潭은 1612년 32세에 試題事件에 연루되어 함경도 鐘城과 강원도 寧海에서 12년 동안의 流配生活을 했다. 人生에서 가장 패기 넘치고 熱情的으로 일할 젊은 시절을 북쪽 끝 邊方에서 허송세월한 것이다. 다음은 그가 流配地에서 고독하고 불우한 삶을 살면서 느꼈던 감정을 우수가 가득 찬 情緖로 표출해낸 作品들이다.

다음 시는 변방 종성에 유배된 자신을 새장에 갇힌 기러기로 비유하여 쓴「失鴈」이다.


     不待秋風振雪衣      가을바람 기다리지 못하고 흰 깃 떨어내니      

     莫言翅短未能飛      깃이 짧아 날 수 없다 말하지 마라                

     雲間縱欠冥冥逝      구름 사이로는 비록 아득히 날 수 없으나            

     野外猶堪緩緩歸      들 밖에서 오히려 느릿느릿 갈 만하네.                  

     悵望天衢看乍是      하늘을 창활히 바라보며 옳은 줄 알았더니    

     哀鳴洲渚認還非      물가에서 구슬피우니 잘못임을 알겠구나              

     開籠一放慙吾晩      새장에서 한 번 놓여나기가 부끄럽게도 나는 늦어지니  

     上苑傳書詎敢希1)    上苑에 글을 전하길 어찌 바라랴.           


이 시에서 기러기는 그 우는 소리가 처량함을 자아내게 하므로 예로부터 사랑하는 님과 이별의 아픔을 담은 시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수련에서는 시간적 배경으로 가을을 제시한다. 기러기 새끼는 여름까지 어미 새의 보호를 받다가 가을이 되면 둥지를 떠난다. 하담은 어린 기러기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함련에서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깃이 짧은 기러기로 표현했다. 구름 사이로 들 밖으로 여기저기 훨훨 날아가다가 들 밖에서 더 멀리 원하는 곳으로 날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경련에서는 잠깐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이에 길을 잃고 잘못 물가에 내려 앉아 구슬피 우는 기러기를 유배된 자신과 동일시했다. 流配地에서의 삶을 길 잃은 가엾은 기러기로 표현했다. 새장은 유배지를 의미하며 이 새장에서 훨훨 날아 자유로이 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는 마음은 유배지에서 빨리 풀려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말한다.

미련에서 상원이라 함은 임금이 계신 정원을 말하는 것으로 流配客이 된 냉혹한 現實에서 다시 풀려날 希望이 전혀 없음을 苦痛스러워하며 자신을 길 잃은 기러기로 형상화하였다.


1)『荷潭文集』 卷之十,「失鴈」,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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