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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에게 답함 - 한강 정구의 간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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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작성일07-09-24 07:32 조회1,37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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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자에게 답함

삼가 위문하는 편지를 받고 보니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나는 당초에 수령으로 오래 재직할 계획이 아니었으나 상황에 이끌려 갑자기 떠나지 못하고 요즘에는 뜻밖에 중풍 증세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어느 날 밤에 갑자기 쓰러져 살아서 집을 나갔다가 죽어서 돌아와서는 안된다는 경계를 나 자신이 범하기라도 한다면 저 황천에서 부끄러운 마음을 지닐 것이니, 어찌 눈을 감을수 있겠습니까. 이리하여 살아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어제는 파직해 줄 것을 청하는 글을 올려 보냈습니다. 다만 지난번에 말미를 좀 달라고 빌었는데도 방백(方伯)이 간곡한 말로 타이를 뿐, 흔쾌히 허락하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직을 청한 것에 대해 아마도 즉시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됩니다.

반년 가까이 재직하면서 관리와 백성들로부터 죄를 얻은 것이 이루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으니, 이제 돌아가는 날에는 마땅히 얼굴을 가리고 고을 경계를 빠져나가야지 어느 누구와도 만나 말을 주고 받으며 작별할 수는 없겠습니다. 다만 우리 가문의 친족들과는 잠깐 한자리에 모여 석별의 정을 나누고 돌아 갔으면 하는데, 이 생각은 어떻겠습니까? 내일은 또 우리 외선조인 상락공(上洛公)<忠烈公 金方慶>의 묘소에 제사를 올릴 생각입니다.


혹자에게 답함 : 작자의 나이 65세 때인 1607년(선조40) 안동부사로 재직시에 쓴 편지이다.


출전: 한강집 별집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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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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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홈 &lt;김방경&gt;란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