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김시양문집(2)-상소문(청백리를 사양하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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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용 작성일07-11-26 16:51 조회1,577회 댓글0건본문
청백리<廉吏>를 사양하는 차(箚)-사염리차(辭廉吏箚)
출전 : <하담김시양문집>(2001. 하담문집발간추진회간. 231P)
삼가 신(臣)이 병으로 향촌에 있으면서 묘당(廟堂)에서 성교(聖敎)를 받아 염리(廉吏․주: 淸白吏)에 뽑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신(臣)의 이름이 또한 그 사이에 끼었다하니 경황스럽고 부끄러워 스스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성상(聖上)께서 이렇게 세상에 뛰어나게 밝히신 것은 장차 장려하여 사람들에게 권하려는 것이오나, 신(臣)과 같이 전혀 같지 않은 사람이 함부로 건대를 쓰고 함부로 부르시면, 사람들이 반드시 해괴히 여겨 웃어댈 것입니다. 성상(聖上)께서 세상에 장려하고 사람들에게 권하려 한 것이 도리어 사람들이 선행하려 하는 것을 막게 할 것입니다.
신(臣)이 묵묵히 헤아리건대, 신(臣)이 평생동안 행한 일이 하나도 이번에 뽑히는 데에 가까운 것이 없습니다. 당(唐)의 육지(陸贄․주: 754-805. 자는 敬輿. 德宗때 한림학사)는 신발과 채찍을 보냈지만 또한 받지를 않았고, 송(宋)의 이급(李及․주: 宋 鄭州人. 자 幼幾. 御史中丞에 오름. 관리로서 淸介하고 簡嚴하여 소문남.)은 시백집(市白集) 한 부(部) 때문에 평생의 한이 되어 했는데, 이와 같이 한 다음에야 이러한 이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臣)이 궤유(餽遺․주: 음식물이나 물품을 보냄)를 보내신 것을 받았던 것은 육지(陸贄)의 신발과 채찍에 미치지 못하고, 관(官)에 있으면서 공적(公的)이었던가를 생각하면 이급(李及)의 서책(書冊) 한 가지 일에도 미치지 못하옵니다.
신(臣)은 자리에 있으면서 청렴하지 않음이 없이 그만 둘 수 있었던 것만도 또한 신(臣)의 행복이었습니다. 어찌 감히 함부로 이런 이름을 훔쳐 천하를 속이고, 사람을 속이고 끝내는 스스로 자기 마음을 속이게 할 것입니까. 이름이 사실보다 지나치면 재앙이 됩니다. 신(臣)은 복이 지나쳐 재앙이 생겨 바야흐로 중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다시 무슨 재앙이 앞에 다가오기에 이러한 일이 있게 되었습니까. 부끄러움이 얼굴 가운데 나타나서 겉으로 변색이 되어 남을 대하기가 중죄를 진 것 같아 부끄러워 무안하옵니다.
삼가 비옵건대, 성명(聖明)께서는 신(臣)의 지극한 간청을 헤아리셔서 신(臣)의 이름을 빨리 삭제하여 국가의 큰 법전이 허문(虛文)이 되지 않게 하여 주시면 공사간에 매우 다행이겠나이다.
봉소(封疏)를 스스로 나열하게 되매 신(臣)의 눈이 어두워 제대로 쓸 수가 없어 부득이 어두움을 무릅쓰고 차(箚)를 아뢰게 되어 더욱 황공함을 이기지 못 하와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차(箚)를 살펴보고 경(卿)의 뜻을 모두 잘 알았노라. 경(卿)의 청렴하고 삼감은 실로 이번의 뽑힘에 합당하니 마땅히 거절하지 말고 안심하고 병조리를 하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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