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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와 천하절색 - 김응하 장군과 김낭자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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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3-10-10 15:53 조회1,6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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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 없는 객기 부리지 말고 다른 집으로 가서 쉬시오. 공연히 앞 길이 구만리 같은 목숨 이 골짜기에다가 버리지 말고."

주인은 김응하의 힘 같은 것은 숫제 믿으려 하지도 않았다.

김응하는 등에 진 웅담과 표범 가죽을 내려 놓고 자랑해 보였다.

"보시오 주인장. 이것들은 내가 철퇴로 때려 잡은 짐승에서 얻은 것들이오."

주인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까짓 곰이나 표범 사냥 쯤이야 엔간한 장사면 다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응하는 슬그머니 부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침 주인집 마당가에는 반 아름이 실히 됨직한 해 묵은 배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김응하는 그 배나무를 두 손으로 검어쥐고 쑥 뽑아 보였다.

"어!"

주인은 그제서야 놀라는 눈치였다.

김응하는 뽑아 쥔 배나무를 그 옆에 있는 바위에다 내리쳤다. 당장 배나무는 두 동강이 나 버렸다.

"장사로고!"

주인은 그 모양을 보고서야 겨우 짤막한 탄성을 발하였다.

사랑으로 안내된 김응하는 주인의 각별한 대접을 받으면서 그 집안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본디 경기도 가평에 살던 사람이었소."

주인은 술이 엔간해지자 이렇게 운을 떼고 나더니 천장으로 눈을 돌리고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김응하는 곧 이야기에 말려 들었다.

"가평에서 언제 이 철원 고을로 오시었습니까?"

"그게 그러니까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때 이리로 피난을 왔다가 눌러 앉았으니까 꽤 오래 되었지요."

"그러셨군요..."

"나 한테는 지금 조카 딸이 와 있습지요..."

조카 딸은 한성(漢城)의 어느 재상집 소생으로 병을 다스리기 위해 와 있게 되었다고 했다.



신부 바꿔치기



강원도 철원 산골에서는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절세 미인이었던 지라 자기 조카 딸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원근 마을에 퍼져서 급기야은 산너머 땡추 마달이란 자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소문을 듣기가 바쁘게 마달은 이 집으로 달려왔다.

"폐 일언하고 당신 조카 딸을 내게 주게."

마달은 이미 본처 말고도 두 첩이 있었는데 한성에서 온 조카 딸을 자기의 셋째 첩으로 달라고 했다.

"그래 셋째 첩으로 준다고 하셨습니까?"

김응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물었다.

"별 도리없이 그러마 하고 했소."

"저런! 그러니까 댁의 조카 딸은 지금 마달의..."

"아, 아닙지요. 어떻게 금지옥엽으로 키운 재상가의 딸을 도적떼 두령한테 보낼 수가 있답디까. 조카딸한테는 마침 얼마 전 한성에서 데리고 온 몸종이 있었는데, 이 몸종을 거짓 조카딸로 꾸며서 마달이 놈한테 시집 보냈습지요."

"그 참 잘 하셨습니다. 하하하."

"웃을 일이 아닙지요. 젊은이."

"예? 일은 썩 잘 되었지 뭡니까."

"마달이란 놈 그렇게 어리석지 만은 않았소이다. 놈은 제가 데리고 사는 여자가 내 조카딸이 아님을 알아 차리고 진짜 조카딸을 내 놓으라 으름장을 놓았지요. 바로 오늘밤 진짜 재상 딸을 단장시켜 신방을 꾸미고 기다리지 않으면 우리 집안 식구를 모두 죽이겠다고 통고해 왔답니다."

"조카 따님은 지금 신방을 꾸미고 있겠군요?"

"처음엔 그 앤 도적떼 두령한테 몸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깨끗한 몸으로 죽어 없어지겠다고 몇 번씩이나 자살하려 했지만, 내가 말렸지요. 죽더라도 신방에 들어가서 네 얼굴이라도 두령한테 보이고 나서 죽어야지 만일 그렇지 않았다가는 우리 집 식구들이 마달이란 놈한테 떼죽음을 당할 게라고 타일렀습니다."

"허니까 조카 따님은 지금 신방에서 마달이란 놈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겠군요?"

"예."

그러면서 주인은 또다시 한숨을 푸우 내 쉬었다.

일은 한참 맹랑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김응하는 끓어 오르는 의분을 누르지 못하고 씨근거렸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그 나이 겨우 열한살 때 왜란을 만나 여섯살 난 동생을 등에 업고 산중으로 피난을 떠났던 응하 소년은, 초근목피로 3년간을 연명하며 고생을 하느라 몸이 단련될 대로 단련되었다. 왜군이 물러가자 응하 소년은 철원으로 다시 돌아와 사촌 형의 집에 몸을 의지하고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힘이 장사라 그런대로 생활의 어려움은 모르고 살아왔다. 몸이 바윗덩이처럼 단단한 그라 한번 산에 오르기만 하면 거르는 법없이 짐승을 잡아 내렸고 그런 생활이 스물네 살 나도록 계속되는 사이 그는 철원 고을 제일의 장사가 되어 있었다.

"주인장."

김응하는 오늘 밤에 밀어 닥칠 불행을 곰곰 생각한 끝에 주인을 마주 보았다.

"좋은 계책이 떠올랐소. 젊은이?"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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