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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공(휘孝印)의 흔적을 찾아 월출산을 넘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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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3-12-02 04:02 조회2,1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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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손을 비벼가며 카메라에 필름을 장전하고 무위사 안내판 앞에 섰다.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 선각대사 형미가 중창, 1555년 조선시대 태감선사가 중창할 당시에는 건물 30여채, 암자 35개소였다는 내용이 보인다.



무위사 천왕문에 들어서는데, 진돗개처럼 얼굴은 준수하고 몸매는 듬직하면서도 날렵해 보이는 까만 개가 길을 막고 짖어댄다. 관리인인 듯한 분이 키 꾸러미를 들고 벽화보존각 문을 열고 있다. 아직도 어두운데 누구를 위해서? 혹시 나를 위해서?



벽화보존각은 1970년대 극락보전 중수때 떼어낸 벽화를 모두 이곳에 별도의 건물을 지어 보존하고 있다. 어두워서 자세히는 못 보았는데, 내부 전체가 벽화 전시장이다.



무위사 극락보전 앞 마당에 올라섰다. 아까는 그렇게 짖어대던 꺼멍이가 주위를 맴돈다. 무엇인가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장난을 슬슬 치는 것 같기도 하고. 꺼멍이와 같이 극락보전 과 선각대사비를 일별하였다.



1430년에 세운 극락보전은 국보 13호, 946년 세운 선각대사 편광탑비는 보물 507호로 최언휘 찬, 유훈률 서이고, 극락보전 내에는 아미타후불 벽화 (보물 1313호), 백의관음도(보물 1314호)가 있다.



극락보전 측면 면 분할구도가 일품이라는 것을 들은 것이 기억이 나서 측면에서 요리조리 얼굴을 돌려가며 관찰하였다. 꺼멍이가 어느새 앞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극락보전 측면을 찍느라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꺼멍이가 폼을 잡고 앉아 먼산을 응시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나자 꺼멍이도 일어선다. 이놈 벌써 능구렁이가 다 된 모양이다. 나같이 답사객이 사진을 많이 찍어준 듯하다.



946년에 세웠다는 선각대사비는 전형적인 귀부-비신-이수의 귀티나는 비인데 비각이 없어서인지 시원하기는 해도 풍화에 시달린 빛이 역력하다. 포항 보경사에 있는 원진국사비처럼 비각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꺼멍이는 이제 삼층석탑 안에 들어가 잔디밭에서 뒹굴며 장난을 치고 있다.



무위사 뒤쪽 자연관찰로 표시판이 있어서 화살표대로 따라 올라갔다. 한바퀴 돌고 내리막길에 올라서니 저멀리 앞산 아침해가 눈부신 햇살을 쏟아내고 있다. 지도를 보니 저쯤이 작천면 토동 뒷산이므로 군사공 유택이 있는 토마리 인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시원함! 이 화창함!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이 뿌듯하다.



다시 경내로 내려와 보니 중창 불사가 한창이다. 벽화보존각을 새로 짓고 있다. 꺼멍이는 나하고는 볼일을 다 보았는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올라올 때는 어두워서 잘 관찰하지 못했던 벽화보존각에 다시 들어갔다. 모든 벽화가 한 눈에 들어온다. 원래 위치에 있던 것보다는 못하지만 마치 벽화 전시장 같다. 보존각을 새로 지어 보존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위사 주차장에 내려와 뒤돌아서서 다시 올려다 본 무위사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무위사 전체를 조망하다가 월남사지로 발길을 돌리며 무위사를 내려온다. 내려오다 보니 하얀 개 한 마리가 올라간다. 생긴 것은 꺼멍이와 비슷한데 색깔만 하얀 색이다. 꺼멍이를 만나러 가나? 밤새 어디 들렸다 오나?





8시 20분 도갑사 출발.

월남사지로 가는 길을 따라 홀로 걸어간다. 떠오른 아침 햇살은 화창하고, 길가에는 온통 녹차밭이다. 설록차 표시가 보이고 녹차밭 저 아래에는 커다란 파란색 설록차 공장 건물도 보이고, 녹차밭에는 소형 풍차가 가득하고 팔랑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자세히 보니 풍차가 아니고 서리방지휀 이라 쓰여 있다. 이곳이 덴마크인가 네덜란드인가?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굽었던 손도 녹고 마음도 푸근하다. 화창한 아침햇살과 끝이 보일락말락 푸른 녹차밭, 가끔가다 나타나는 길가의 갈대숲, 쏴아- 쏴아- 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간간이 이어지고, 나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9시 정각. 월남사지가 있는 월남리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다음에 계속











▣ 김태서 - 다음을 기대합니다.

▣ 김발용 - "남도 문화유산 답사기" 잘 보고 있습니다.

▣ 김윤식 - 훗날 참고자료로 삼겠습니다.

▣ 솔내영환 - 무위사의 늙은개가 생각나는 군요

▣ 김항용 - 무위사, 꺼멍이, 흰둥이, 비석, 벽화 다음은--

▣ 김영윤 - 점입가경 이라 했나요 다음은......

▣ 김윤만 - 감사!

▣ 김태우 - 어쩜 이 어려운 일들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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