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게시판

남태평양의 황파(荒波)를 넘어 (21)

페이지 정보

김주회 작성일04-05-03 22:31 조회1,421회 댓글0건

본문



○ 7월 19일 맑음



알바코 알바코!

배 안엔 온종일 환성이 끊이지 않았다. 작금은 극히 호어가 계속되어 이제 전 어창 중 약 2톤 정도 넣을 자리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주낙을 평상시의 3분의 2 밖엔 넣지 않았는데도 줄래줄래 물어올라온 고기는 3톤을 훨씬 넘었으므로 후부 부식창고까지 채우고 채우고도 남은 고기는 하는 수 없이 버렸다. 진작 이렇게 잡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는 벌써 귀향했을 것이 아닌가! 정말 이 어군은 회유 속력이 퍽 느린 색이군(索餌群)으로 처음 나왔더라도 한 배 잡아 싣기는 아주 용이할 것 같은데 다 되어갈 무렵에야 걸리고 보니 배가 작은 것이 못내 섭섭하다.



주낙을 적게 놓았으므로 밤 12시 안에 끝이 났다. 출항한 지 40여 일만에 34회의 조업으로 만선을 했다. 이번 항해도 무사히 만선을 했구나 생각하니 안도의 한숨이 푹 쉬어지고 누구에게인가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흉어기에 끼어 다른 때보다 시일은 약간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어느 배에나 못지않는 성적이며 어획량은 약 80톤 가까이 될 터이니 그 이상 바랄건 없다. 수양고(水楊高)로도 약 2만여 불은 될 것이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뱃머리를 돌려 귀도(歸途)에 오르니 스피커에선 행진곡이 울려나오고 배는 파도를 가르며 전속으로 달린다.



이제 선원들은 격전을 치르고 난 용사들처럼 갯물에 젖은 옷들을 훨훨 벗어 던지며 조업중에 고기와 겨룬 무용담들을 서로 늘어놓는다. 어느 개선장군의 마음인들 이렇게 흐뭇하랴. 쌓인 피로도 간곳없이 흐뭇하고 만족할 뿐이다. 만천에 그득한 별 아래서 갑판 위에 간단한 자축연을 열어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만선의 기쁨을 모두 같이 나누었다.













▣ 김항용 -

▣ 솔내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