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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황파(荒波)를 넘어 (2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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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회 작성일04-05-03 22:33 조회1,6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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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2일 맑음



바다는 잔물결 하나없이 너울거리는 명경처럼 곱게 굼실거리고 그 위로 뻗쳐지는 배의 항적은 푸른 하늘에 비행운처럼 길게길게 뻗어남는다. 이제 웬만큼 거치른 파도는 이겨낼 자신도 생겼고 몇 개월쯤은 대양에 떠서도 고통없이 지낼 수 있을 만큼 신경이 무디어진 나이건만 이렇게 바다가 고운 날은 새삼 철없는 어린애처럼 감상에 젖어지곤 한다.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이 바다 밑에도 함께 떠가는 맑은 물. 푸르다거나 곱다거나 하는 속된 말로써는 도저히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일. 바다의 시인 바이런도 이 아름다움은 읊지 못했으며 허만·멜빌도 그 신비는 미처 다 못 적은 바다! 내 청춘을 바다에서 다 지냈고 내 일터요, 내 농장인 바다이나 나 또한 이 바다의 아름다움은 묘사할 길이 없고 수평선 저 너머 내 망막에 명멸하는 세계는 영원한 신비일 것만 같다.



석양녘. 섬이라고 외치는 당직자의 고함소리가 감미로운 꿈에 잠겨 있는 나를 깨웠다. 멀리 북쪽 수평선에 그림자 같은 섬의 영상이 나타났다. 사모아다. 선원들의 얼굴에도 가벼운 흥분의 빛이 스친다. 이발을 하고 목욕을 하고 그리운 님이라도 맞이할 듯 모두가 몸 단속에 바쁘다. 밤 10시 입항! 배를 부두에 대고 움직이지 않는 땅 위를 거닐어 본다. (1963, 사상계)











▣ 김항용 -

▣ 김윤식 - 감사합니다. 감성 넘치는 바다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솔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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